[MT 시평]촛불을 바라보는 세가지 시각

손동영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16.11.29 04:15

2010년 12월17일 아프리카 튀니지에 있는 인구 4만여명의 작은 도시에서 과일노점상을 하던 26세 청년이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그후 연쇄적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역사의 물길을 열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23년간 이어진 튀니지의 독재정부가 막을 내렸고 인접 국가들로 번져나가기 시작한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이집트를 30년간 철권통치해온 무바라크 대통령도 권좌에서 물러났으며 연이어 일어난 리비아의 내전, 요르단과 시리아의 민주화 시위 등 2011년 전반기의 뉴스미디어는 중동혁명에 관한 소식으로 가득 찼다.

이런 일을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설명을 떠올린다. 먼저 어떤 배후세력을 상정하고 그들의 계획과 조직이 없다면 큰 규모의 시위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일례로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집회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이엄마들조차 배후세력에 의해 동원되었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도 있었다. 이런 시각의 바탕에는 대다수 국민이 뜬소문이나 정치적 선동에 쉽게 동요하는 우매한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후로 인터넷에 대한 검열이 암암리에 이루어졌고 정부기관에 의한 민간인 사찰이 뉴스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이와 달리 배후세력을 상정하기보다 개인들 각자가 마음에 품은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람들이 정부나 정치세력에 불만을 갖게 되는 주요 원인이 교육과 미디어의 왜곡에 있다고 보고 결국 이들을 교정하면 불만의 폭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광우병 파동 당시 이를 최초 보도한 방송프로그램 제작진이 교체되고 언론사에 대해 대대적 통제가 시작된 것이나 현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육 국정화의 배경에는 이와 유사한 인식이 놓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들을 우매한 존재나 단순한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심리학자 고든 알포트는 다음과 같은 소문 확산의 공식을 제시했다.

 ‘소문의 강도 ~ (이슈의 중요도) × (증거의 모호함).’

예컨대 생명과 안전에 관한 중요한 이슈가 불확실성과 만나면 소문에 불이 붙는다. 이슈의 중요도나 증거의 모호함 어느 한 쪽이 0이 되면 소문은 확산되지 않지만 약간의 모호함이라도 중요한 이슈와 만나면 의혹이 크게 자라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슈의 중요도는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그물망 속에서 증폭될 수 있다. 가능성이 극히 적은 의혹이라도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더 많은 사람이 반응하는 연쇄적 과정을 통해 사회적 현실이 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의혹이 빠르게 확산하는 한 가지 이유는 타인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반응하기에 특히 용이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은 기록적인 규모의 촛불시위가 연이어 일어난 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며 애써 폄훼한 정치인도 있었지만 광장에 모인 군중은 결코 우매하지도,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하지도 않다. 오히려 서로의 의견과 행동을 영민하게 관찰하고 반응하는 연쇄적 과정을 통해 일어난 집합적인 질서로 이해해야 한다. 여론의 파고가 낮아지기를 기다리는 정치인들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의도적으로 동원된 군중은 배후가 사라지면 금세 흩어져버리지만 서로에 대한 반응의 그물로 엮인 군중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파도를 강제로 멈출 방법은 없다. 오직 진실의 배로 그 위에 올라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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