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3곳이 선정됐다. 5개 대기업이 격전을 벌인 끝에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3사가 '3차 면세대전' 승자가 됐다. 지난 3월 관세청이 추가 선정 계획을 발표한 후 10개월여에 걸친 경쟁이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두 차례, 올해 한 차례 등 총 3번에 걸친 신규사업자 선정을 통해 서울 시내에 13개(중견·중소 3개 포함) 면세점이 문을 열게 됐다. 1년여 전 4곳에 불과했던 시내 면세점이 세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사실상 마지막 티켓 확보전이라는 절박감 때문인지 '3차 대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대다수 기업이 면세점 운영경험이 있고 재무도 탄탄한 대기업인 만큼 업체 간 격차는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했다. 다급한 기업들은 관광 인프라 투자, 중소기업 지원, 이익 사회환원을 경쟁적으로 제시했고 경쟁사를 겨냥한 마타도어도 난무했다.
승자가 발표됐지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로비 의혹과 촛불 민심을 근거로 심사 중단을 요구했던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여전히 불복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소상공인연합회는 선정 취소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3사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장 1월로 예정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오픈도 어려울 수 있다.
주무부처인 관세청은 정치권 공세에 몸을 사리며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해도 부정하게 특허를 취득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취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3사로부터 특허 취소에 동의한다는 각서도 받아뒀다고 한다. 화재를 진압해야 할 소방관이 불씨를 남겨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면세업계 일각에서는 '심사결과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신규사업자 심사 점수표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탈락자들의 변명일 수 있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업계 1위 롯데면세점보다 '사업 지속성' 점수가 높게 나오는 등 일부 항목은 객관적으로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심사위원을 제대로 뽑았는지도 의문이다. 관세청은 교수, 변호사, 회계사, 연구원, 시민단체 임원 등 약 1000명의 심사위원 후보군 가운데 무작위 선정 전산 시스템을 통해 심사 3일 전에 11명의 위원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광, 유통업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인 면세업계에 어떻게 1000명이 넘는 전문가군이 존재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면세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명목만 전문가들이 깜깜이 심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근본적으로 심사 때마다 뒷말이 나오는 것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이 '제로성장'에 그친 반면 면세점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까지 비유된다. 그 결과 면세점을 하고 싶은 기업은 많은데 특허권은 적게 주다 보니 특혜 논란과 로비의혹이 반복되고 있다.
악순환을 막기 위해 면세점 특허제도를 뜯어 고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와 관련, 현행 특허제의 등록제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등록을 불허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등록제 하에서는 이번에 탈락한 SK네트웍스, HDC신라면세점도 면세점을 열 수 있어 청년 고용문제 등을 해소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
등록제 시행에 반대근거로 제시되는 '면세(免稅)' 즉 세금 면제에 따른 특혜 시비는 '특허 수수료'를 높여 차단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부터 현행 매출액 대비 0.05%인 특허수수료율이 최고 1%로 20배 상향 조정되는 만큼 등록제 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