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오바마의 경제 성적표

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6.12.27 04:18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20일 퇴임한다. 워싱턴 정치에 ‘변화’와 ‘희망’을 불어넣겠다는 신념으로 지난 8년간 미국을 이끌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미국 경제를 살리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했다. 오바마의 경제실적은 어떻게 평가될까.

임기 초반 최대 현안은 경제위기 극복이었다. 매달 평균 77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2007~2009년 가계 순자산이 13조달러나 증발했다. 2007년 8월에서 2009년 3월 사이 주가도 반토막났다. 8000억달러의 경제활성화 예산을 긴급 투입했다. 실업급여 지급, 공공사업 시행 등으로 경제의 추락을 막았다. 2009년 10월 10% 넘던 실업률은 최근 완전고용 수준인 4.6%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약 1600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80개월 연속 고용이 증가했다.

제조업의 근간인 자동차산업의 붕괴를 막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월가 금융인 스티븐 래트너를 팀장으로 한 구조개혁팀의 건의에 따라 GM 495억달러, 크라이슬러 136억달러 등 총 818억달러를 긴급수혈했다. 양사는 부도를 모면했고 경기회복에 따라 2015년 자동차 판매대수가 1750만대로 늘어났다. GM은 사상 최대인 97억달러 이익을 실현했다. 정부의 시장개입이란 보수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린 정치적 결단이었다. 로버트 새뮤얼슨 교수는 오바마의 결단으로 미시간, 오하이오 등 중부 공업주의 경제기반이 붕괴되는 것을 면했다고 강조한다.

월가의 개혁을 위해 도드·프랭크 금융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거대 은행의 투기적 투자행태를 억제하고 파생 금융상품 규제, 금융기관 안정성 평가, 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국 신설 등이 이루어졌다. 무너진 금융시스템의 신뢰회복을 위한 승부수였다.

2010년 건강보험개혁법, 소위 오바마케어 도입이야말로 린든 존슨 전 대통령 이래 가장 획기적인 사회복지 개혁이었다. 2000만명 넘는 사람이 보험혜택을 받게 됐고 31개 주가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를 확대했다. 보험 미가입 비율이 2014년 10.4%, 2015년 9.1%, 올 상반기 8.6%로 낮아졌다. 히스패닉과 흑인 등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주로 돌아갔다.

세계화, 기술혁신 등으로 심화된 경제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강화됐다. 오바마케어 도입, 연방정부 계약업자 최저임금 인상, 초과근무 기준 상향조정 등으로 저소득층 민생 안정에 기여했다. 폴 스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경기활성화 조치 덕에 빈곤율이 0.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재임 중 약 560개 규제조치가 도입되었다. 전임 조지 W 부시 때보다 50% 늘어난 수치다. 기후변화 정책이 대표적 예다. 자동차 의무 연비를 87.7㎞(54.5마일)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석탄사용 발전을 줄이는 청정발전계획도 발표했다. 202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줄이는 파리 기후변화협약도 조인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오바마의 진보정책이 크게 도전받게 되었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 폐지 등 오바마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공화당이 강조하는 시장과 효율 원리로 유턴하려 한다. 그러나 실제 추진 과정에서 오바마 유산을 완전히 폐기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젠하워는 트루먼의 냉전 외교정책을 비판했지만 기조를 유지했다. 리처드 닉슨은 린든 존슨의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을 승계했다. 오히려 환경청을 신설해 환경보호정책을 강화했다. 오바마 역시 조지 W 부시의 반테러 정책을 뒤엎지 않았다. 오바마케어, 금융개혁, 자동차산업 구제 정책의 핵심 골격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최대 치적은 스캔들 없는 정부를 구현한 점일 것이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단 파이퍼 등 헌신적인 참모 덕에 깨끗한 정부를 구현할 수 있었다. 미국진보센터 소장 니라 텐던은 사람들이 오바마를 지지하는 이유는 자긍심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50%대 중반의 높은 지지율은 그의 헌신에 대한 미국인의 선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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