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갓'과 '갑'

채원배 산업2부장
2017.08.01 04:15

'갓'과 '갑'. 2017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단어다. 받침 하나 차이인데 의미는 극과 극이다. '갓'은 '선'으로 칭송받는 반면 '갑'은 '질'이라는 말이 따라붙으며 악의 축이 됐다.

어느날 갑자기 '갓'의 대표 기업이 된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칭송 덕에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갓'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간담회 자리에서 '갓뚜기'를 언급함에 따라 오뚜기는 새 정부의 기업모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뚜기가 워낙 좋은 회사로 알려져 있어 (참석 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며 "사실상 오뚜기의 진정한 추천자는 인터넷"이라고 말했다. 1500억원의 상속세를 5년간 나눠 내기로 하고, 비정규직이 거의 없는 회사인데다 오뚜기의 선행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회자된 게 선정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문 대통령까지 '갓뚜기'라고 칭찬했지만 오뚜기는 이 상황이 썩 달갑지는 않은 듯하다. 함영준 회장은 간담회에서 감사하다면서도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자랑할 게 많을 것 같은데, 간담회 후 출입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도 정중히 사양했다고 한다.

오뚜기가 '갓뚜기'가 된 반면 최근 갑질의 대명사가 된 기업과 기업인이 있다. 바로 브랜드명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그룹의 정우현 전 회장이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주들에게 보복을 하고 150억원대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갑질의 끝판왕이 됐지만 미스터피자도 한때 좋은 기업으로 인터넷에서 회자된 적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3년9개월 전인 2013년11월 KBS '작은 거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세계 1등을 이긴 토종 브랜드'로 소개됐고, 정 회장은 참된 기업가정신을 실천하는 기업인으로 묘사됐다. '모두 사장이 되자'는 미스터피자의 사훈과 가맹점을 가족점으로 부르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는 사람이 적잖았다. 방송 직후 인터넷 블로그 등엔 정 회장을 칭송하는 글이 잇따랐다.

하지만 미스터피자는 2014년 국내 피자 1위 자리를 내주고 2015년부터 영업 적자가 이어졌다. 배달 주문이 늘어난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적자로 돌아서자 치즈 통행세 등 가맹점 착취 문제가 불거졌고, 2016년 정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갑질 기업으로 전락했고 결국 정 회장은 영어의 몸이 됐다.

미스터피자 정 회장의 사례는 '얻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 건 한순간'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더욱이 인터넷 여론으로 인한 인기는 그야 말로 신기루일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장사가 잘 될 때는 문제가 없지만 가맹점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문제가 불거지는 게 프랜차이즈업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갓뚜기'가 된 오뚜기가 드러내 놓고 자랑하지 않는 사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오뚜기의 내부거래, 순환출자 구조 문제를 제기했고 갓뚜기의 이면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인터넷 여론은 아직 오뚜기 편이다. '경쟁사에서 (오뚜기를 비판하는) 기사 써달라고 했냐'는 네티즌들의 반응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오뚜기가 문재인 정부의 기업 모델이 됐기 때문에 오뚜기를 향한 국민의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이 때문에 오뚜기가 이 정부를 넘어 다음 정부에서도 갓뚜기로 남아 있을지 주목된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하지만 '갓뚜기'가 5년 후에도 그대로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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