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베껴도 모른다?' 눈살 찌푸려지는 치약 공방

양성희 기자
2019.01.17 16:05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이 '펌핑치약' 상표를 두고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페리오 펌핑치약'을 먼저 출시한 LG생활건강이 애경산업의 '2080 펌핑치약'을 가리켜 '펌핑'이란 말을 쓰지 말라고 소송을 내면서다.

소송을 낸 쪽은 LG생활건강이지만 원·피고를 떠나 소비자로서 두 회사 모두에 '괘씸죄'를 묻고 싶다. 표면적인 사건 내용이나 소송 결과보다 이번 소송으로 드러난 '소비자 기만' 히스토리에 눈이 가기 때문이다. 펌핑치약 공방은 단면에 불과하다.

두 회사의 물밑 다툼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히트상품이 생겨날 때마다 반복됐는데 논점은 매번 같았다. 상대가 제품을 그대로 베껴 소비자를 오인·혼동하게 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모방했다면 법망에 걸리지 않지만 원조처럼 표지를 위장하거나 제품명을 똑같이 하는 등 소비자를 헷갈리게 했다면 죄가 된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금지행위인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해서다.

LG생활건강이 문제를 제기한 제품은 펌핑치약과 솔트치약 등이다. 앞서 애경산업은 퍼퓸샴푸, 울세제 등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이들 제품 대부분 상표와 콘셉트, 디자인이 비슷해 헷갈릴 법하다.

모방 제품의 가격을 원조보다 낮게 책정하거나 대형마트 할인행사에 적극 뛰어들며 소비자를 유인하는 일도 잦았다. 생활용품 업계 이야기를 모아보면 양사의 다툼은 마트에서 가장 치열했다.

일련의 사건을 돌아보면 '소비자는 베껴도 모른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값싼 제품을 고를거란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속지 않는다. 성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는 '체크슈머'(체크+컨슈머) 시대다.

소비자는 변했는데 생활용품 기업은 변하지 않았다. 시대착오적인 다툼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소비자는 제3의 브랜드에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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