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애인에 용기를 강요하는 사회

이영민 기자
2019.04.28 14:20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직장·문화향유·여행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세상돼야

"장애인은 원래 다 인싸(insider,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에요?"

미국 자유여행을 다녀온 시각장애인 3명의 여행기를 듣다가 물었다. 성급한 일반화인 줄 알면서도 우문을 던진 건 '적극성'이 필수란 인상을 받아서였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세 사람은 현지인에게 망설임 없이 도움을 청하는, 국경 없는 친화력의 소유자였다.

세 사람은 "장애인 중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도 많다"며 "여행이나 문화향유를 수월하게 할 시스템이 없으니 개인의 적극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현답을 내놓았다.

장애인에게 용기를 요구하는 상황은 여행뿐만이 아니다. 극장 영화·뮤지컬 감상, 스포츠 등 문화향유는 물론 입사, 직장생활 등 모든 상황에서 비장애인에겐 필요 없는 용기가 필요하다.

뇌병변장애를 가진 취업준비생 김모씨(25)는 "장애인 수험생을 위한 입사시험 매뉴얼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 지원서류에 장애를 적는 칸은 있어도 '시험 시 요청사항'을 적는 공간은 없다"며 "요청사항이 있으면 따로 연락을 해야 하지만 전형에 불리할까봐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배제한 채 만든 공간과 그 공간을 이용할 장애인을 고려한 매뉴얼조차 없는 현실은 장애인을 방 안에 가둔다. 장애인 인권 의식 부족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 거리를 넓히고, 비장애인의 장애인 인권 의식 답보라는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벽을 허무는 건 결국 장애인 개인의 몫이 된다. 사회는 이 벽을 부수고 나온 장애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그 속에서 희망을 본다.

하지만 이상적인 사회는 장애인이 특별한 결심 없이도 비장애인 동료와 일하고,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사회다. 장애인이 용기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장애인 개인에게 희망을 걸지 않는 사회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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