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핸드폰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를 찾아 함께 불러주세요."
이달 22일부터 사흘간 열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부모들의 집회는 꽤 독특했다. 선두 그룹에서 운동가를 부르면 무리 중 절반은 가사를 몰라 우왕좌왕한다. 발언하라고 마이크를 쥐어 주면 부끄럽다며 저어한다. 단체 구호를 외칠 땐 비장하지만 그마저도 조직적이지 않다.
비슷한 광경을 4년 전에도 봤다. 당시에도 시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로 들썩였다.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가 교육감, 정권 성향따라 뒤집히는 정책 때문이란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명박 정부가 설립을 허가한 2010년부터 자사고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진보 진영은 고교 서열화와 진학 경쟁, 사교육 심화와 일반고 역차별을 우려하며 반발했다.
결국 'MB표 자사고'가 가장 많은 서울의 경우 크고 작은 논쟁 끝에 자사고가 성적에 따른 학생선발권을 내줬다. 자사고 입학 경쟁률은 점차 하향세를 그렸다. 그동안 과학고, 영재고 등은 별도의 선발시험 등으로 그 지위를 공고히 했다.
물론 상산고, 민족사관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여전히 학교 진학을 목표로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올해 운영성과 평가에서 이들을 자사고로 유지시켰다. 특히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을 교육부가 번복했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된들 학교가 문을 닫는 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일반고다. 자사고 학생들이 집 근처 일반고로 흩어져도 '잠자는 일반고' 학생들이 눈을 뜰 리 만무하다.
대통령 임기 5년 안에 학교가 바뀌길 기대하는 건 과욕이다. 대학 입시가 변하지 않는 한 사교육은 건재할 것이고 명문대 입학 가능성이 적은 중하위권 학생들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극소수의 학교를 흔들어봤자 논쟁만 계속된다. 패자부활전 없이 학부 명패만으로 소득 격차가 결정되고 이를 심화하는 입시 체계를 바꾸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