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맷집 세진 주택시장, 당근이 답이다

이소은 기자
2019.11.25 05:00

"때리고 때리고 또 때리니 맷집이 좋아질 수 밖에요."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가 분양가상한제 시행 후 서울 부동산 시장을 두고 한 말이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서울에서는 100여건이 넘는 신고가 거래가 쏟아졌다. 매수자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집을 사려고 하고 그런 심리를 잘 아는 매도자는 호가를 올려 집을 내놓는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집값을 잡겠다 했으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공급 시그널이 없다. 지금 신고가로 집을 사는 이들은 '서울에 살아야만 하는' 실수요자다. 수도권에 신도시를 조성한들 이들이 탈서울로 돌아설리 만무하다. 결국 서울 공급이 늘어야 근본적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다.

빈 땅이 없는 서울에서 주택공급은 결국 정비사업에 달렸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당근보다 채찍인 분양가상한제를 선포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집중투하된 규제정책에 시장은 오히려 맷집이 세졌다.

유예기간 내 분양이 불가능한 정비사업장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천천히 가겠다는 분위기다. 어차피 상한제를 못 피한다면 공시지가 상승에 기대 후분양을 하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변할 것이란 기대도 한 몫 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분양가에 선분양은 안 하렵니다." 후분양 쪽으로 돌아선 모 조합의 관계자 말이다.

채찍이 효과가 없다면 당근을 생각할 때다. 서울 공급물량의 90%를 차지하는 재건축·재개발을 묶어두고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 특히 재개발이 속도를 내야 임대주택도 원활히 공급된다.

양도소득세 감면 등 회유전략을 써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풀리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건 북풍이 아닌 햇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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