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으로 첨단기술과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전통산업의 성장세는 낮아지고 디지털 신기술 기반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2025년 사이에 8500만개 일자리가 자동화 등으로 사라지고 97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기본역량에 더불어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세계 각국은 미래 신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인재 개발과 영입, 보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H-1B비자 발급자격을 완화하는 등 해외인재 유치에 공을 들인다. 중국은 천인(千人)·만인계획(萬人計劃)에 이어 세계 일류대학과 학과를 키우겠다는 쌍일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유럽연합(EU)은 AI(인공지능) 분야 인재유출(brain drain)을 방지하기 위해 다국적연구소 ELLIS를 운영한다.
우리 정부도 과학기술인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4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2021~2025) '제3차 여성과학기술인 기본계획'(2019~2023년) '4차 산업혁명 대응 과학기술·ICT(정보통신기술) 인재성장 지원계획' 등의 정책추진과 함께 과학기술 인재 관련 정부의 R&D(연구·개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우리 현실은 학령인구 감소, 대학원 유입 감소 등으로 중장기 인력수습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공계 대학원 진학률은 2015년 11.6%에서 2018년 9.2%로 하락했고 충원율도 2015년 87.7%에서 2020년 79.6%로 낮아졌다.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개방적 생태계 조성은 요원하고 산학연간 인력교류도 여전히 부족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일부 법·제도는 이공계 교육의 혁신을 저해한다.
예고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미래 핵심인재 육성을 위한 통합지원체계와 청년과학자를 위한 연구몰입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세종과학펠로우십, KIURI연구단(혁신성장 선도 고급연구인재 성장지원), 공공기술사업화펀드 등을 통해 연구기회를 늘리고 실험실 창업 등 다양한 경로진출을 장려해야 한다. 학생인건비제도 개선, 연구실 안전 정비 등을 통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음으로 과학기술인력의 생애 전주기를 관리하는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신규인재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산업과 미래유망산업을 중심으로 인력수요를 전망해 새로운 직업(신직업)을 발굴해야 한다. 신직업 활성화를 위해 신직업 분야 창업융자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일자리 플랫폼을 통해 신직업에 대한 정보공유를 강화해야 한다. 중견인재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평생학습 플랫폼과 콘텐츠 개발, 재직자 대상 학위과정 지원, 직업경로 정보공유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추진하는 R&D인력 양성사업의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 2019년 예산 기준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10여개 부처에서 1조원 넘는 사업을 추진한다. 부처별 지원으로는 융합형 R&D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인력양성에 한계가 있다. 각 부처의 사업을 중복없이 단순화·체계화해 통합·정비하고 신규사업 기획을 통해 정부 재원이 꼭 필요한 곳이 누락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토론토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창조적 엘리트들은 좋은 환경을 찾아 모여든다"고 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국가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핵심 원천은 과학기술이며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의 미래도 과학기술인력에게 달렸다. 혁신을 이끌 인재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샌드박스, 정부가 앞장서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