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먹거리의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에 불과하고 농산물 무역적자는 전체 무역적자의 3분의1에 이른다.
만년 농업 수입국인 한국이 최근 K농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소식을 연이어 전해와 놀랍고 반갑다. 우리 농식품 수출은 한류 확산에 따른 해외 소비자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고인 75억7000만달러를 달성했다. 농업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격인 종자, 농약, 비료는 소수 글로벌 농화학기업이 세계 매출의 70%를 점유할 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최근 들어 우수한 기술력으로 틈새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올해 9월 말까지 농기계, 종자, 비료, 농약 4대 농투입재 수출액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17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제 카자흐스탄과 홍콩 농가는 우리 토종감자 '탐나'와 딸기 '싼타' 종자를 재배하고 중국과 동남아 농장에서는 한국산 친환경 비료와 바이오농약을 사용한다.
농업기술의 수출 성과도 돋보인다. 이미 중동국가들에서는 한국형 수직 식물공장에서 재배한 채소가 도심의 호텔과 식당에 납품되고 아랍에미리트 사막에서는 지난해 국산 벼 '아세미'가 첫 수확에 성공했다. 국산 품종과 농업기술을 함께 전수한 결과다. 호주에서는 조만간 한국형 스마트농장에서 수확한 국산 딸기를 맛볼 수 있게 된다. 농업 선진시장에서도 우리 스마트팜 기술이 경쟁력이 있음을 당당히 보여준 셈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과 비교하면 농업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은 아직 미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농업의 판도가 고부가 하이테크산업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수출 전략산업을 찾는 한국으로서는 농업의 성장성과 미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도적 우리 기업과 농가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디지털 농업기술과 고부가 농산물 생산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올해 우리 정부가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에 완공하고 디지털 농업 생태계 기반을 마련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기후변화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농업혁신에 뛰어들고 있다. 농업에 첨단기술을 도입한 에그테크(AgTech)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을 융합한 분야로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핫한 투자처 중 하나다. 이제 우리 농업도 혁신의 씨앗을 뿌리고 잘 가꾸어 세계 곳곳에서 열매를 거두는 일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 주목받는 우리 에그테크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해 K농업이 우리 수출을 주도해나갈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친환경 농업의 성장잠재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을 비교열위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이제 바이오·ICT(정보통신기술)·농업이 융합된 K농업을 새로운 수출 유망산업으로 키워나가기 위한 신성장전략을 모색해나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