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툴젠의 상장승인에 부쳐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주) 대표이사
2021.11.09 02:05
이정규 대표

올해는 유전자편집 기술이 과학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신약으로 가는 매우 중요한 해다. 크리스퍼(CRISPR)로 알려진 유전자편집 기술분야에서 기념비적 업적이 2020년 노벨화학상에 최종 선정되기 전부터 유전자편집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모든 기술은 인간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를 직접 건드리지는 못하고 유전자(엄밀히 말하면 크로모좀 상태의 유전체)로부터 만들어지는 다양한 인체산물(단백질이나 RNA)을 조절함으로써 약효를 보여왔다. 그런데 크리스퍼 기술은 우리 유전자에 문제가 되는 부분들, 직접 유전자에 작용해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편집(잘라내거나, 끼워넣거나 혹은 수정할 수 있다)하는 놀라운 기술로 특히 유전병에는 그야말로 혁명과도 같은 기술로 각광받았다.

물론 그전에도 유전자에 문제가 생긴 질환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제들은 시도됐지만 사실 인간의 유전자를 직접 편집하는 것이 아니고 아데노바이러스나 다른 바이러스들을 전달체로 활용, '유용한 유전자'를 세포 내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사용하는 바이러스들로 인한 제한요인들이 있었다. 이 크리스퍼 기술의 선두주자 그룹은 에디타스메디슨, 인텔리아테라퓨틱스 그리고 크리스퍼테크놀로지 등 노벨상 수상자들이 직접 관여한 회사들로 서로 특허분쟁을 하면서도 모두 나스닥에 일찌감치 상장해 활발히 새로운 형태의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이 유전자편집 분야에서 초기부터 주요 참여기업을 보유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11월5일 코스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툴젠이 그 주인공이다. 1999년 설립돼 현재 크리스퍼 기술보다 앞선(조금은 제한적인 성능의) 유전자편집 기술인 '유전자가위'(전문적으로는 아연손가락-Zinc Finger) 분야에서 미국 상가모와 기술적 경쟁을 했다. 하지만 그후 몇 번의 코스닥 상장 좌절과 긴 국내 바이오텍 침체기 그리고 최근에는 모 바이오텍사와 합병불발 등 다양한 과정을 겪으면서 상장 20여년 만에 코스닥 상장 승인을 받은 기업이다. 그 사이 크리스퍼 기술에서 특허 권리분쟁을 하던 다른 회사들은 투자가들의 호응을 받으며 나스닥에 상장해 모두 신속히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바이오 기술들의 성숙을 위해서는 오랜 기간과 꽤 큰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기반기술을 활용한 바이오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하고 섬세한 육성시스템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함께 고민하고 또 여러 사건을 겪으며 코스닥이라고 하는 매우 정교하고도 꽤 규모가 큰 자본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코스닥을 중심으로 자본, 인력, 제도 등이 갖춰지며 이제 우리나라는 매해 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자금을 바이오에 투자하는 바이오텍 분야의 주목받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이러한 성장의 징표 중 하나가 '툴젠의 예비심사 승인'이리라. 하지만 지근거리에서 툴젠의 성장사를 지켜본 필자는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 분야에서 선두권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도 이제야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사례는 '기술'을 중심으로 과학자, 전문경영인, 자본시장, 진입제도, 투자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혁신기술을 키워내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인터넷 분야로 가면 '아이러브스쿨' 아니 '싸이월드'는 현재 전세계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기업들보다 먼저 국내에서 배태됐으나 이제는 사라진 기업들이다. 아쉬웠던 사례들을 통해 우리의 '혁신생태계'를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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