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세계가 탄소중립 향해 뛰는데…수소경제 발목잡는 국회

김성은 기자
2021.12.23 05:42

보다 못한 업계가 호소문을 냈다. 수소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세 차례나 미뤄진 것을 본 뒤다. 정부가 2019년 수소경제 로드맵을 완성하고 2021년 세계 최초 수소법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냈지만 정작 실질적으로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개정안 통과가 답보 상태인 데 따른 절박함이 묻어났다.

개정안은 청정수소 인증과 청정수소발전 구매의무화제도(CHPS) 도입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는 표면적 이유로는 청정수소에 생산과정상 탄소배출이 제로인 그린수소 뿐 아니라 블루수소까지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수소는 생산과정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등을 통해 낮춘 것이다. 업계는 이 블루수소를 청정수소서 아예 제외하는 것은 현실성을 무시한 처사라 본다. 생산단가 등을 감안하면 그린수소 상용화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블루수소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분화된 정의가 필요하단 판단이다.

청정수소에 대한 개념 정의가 이뤄져야 이를 토대로 각종 보조금 등 지원책이 명확해지고 시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수소경제 시스템도 안착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각종 글로벌 수소 경제를 둘러싼 '표준'을 누가 먼저 세울지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선점할 여건이 마련된다. 재계도 이런 미래를 내다보고 통큰 43조원 규모 수소경제 투자안을 내놨을 터다.

12월 임시국회에서만이라도 개정안이 통과돼야 이후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이 설계되는 기간을 감안, 빨라야 2022년, 2023년 수소경제 안착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대선정국에 묻혀 연말로 갈수록 더욱 통과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외쳤지만 실상은 관련 투자 세액공제율이나 R&D(연구개발) 예산 규모가 일본 등 선진국에 못미친다. 관련 입법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정치가 탄소중립 발목을 잡는 셈이다. 올 연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란 26년 전 발언을 곱씹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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