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왜 유럽은 플랫폼을 규제하려 할까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벤처창업학회 부회장
2021.12.31 02:04
전성민 가천대 교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해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 및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DSA)을 입법 중에 있다. DMA는 플랫폼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자사 서비스를 우대할 수 없도록 한다. 플랫폼회사가 이를 어기면 매출 10%를 벌금으로 내게 하거나 기업을 강제로 분할할 수 있다. DSA는 불법·유해콘텐츠, 제3자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부과한다. 왜 유럽연합(EU)은 이런 법안을 추진 중일까.

유럽의회 온라인플랫폼 보고서는 온라인플랫폼을 '둘 이상 이용자 사이에서 인터넷을 통해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디지털 서비스'로 정의했다. 유럽 자체 플랫폼 수는 매우 적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같이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플랫폼을 지칭한다. 플랫폼인덱스 발표에 따르면 플랫폼 중 유럽 플랫폼은 전세계 플랫폼의 3% 수준으로 미국 68%, 아시아 2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에 이름을 알린 유럽 플랫폼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 음악서비스 스포티파이, 러시아 검색엔진 얀덱스 정도다.

플랫폼 보고서를 작성한 서레이대학 가워 교수와 킹스칼리지의 서르닉 교수는 글로벌 플랫폼이 온라인 거래와 혁신을 촉진하고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이 유럽에서 서비스하면서 취득한 상당규모의 데이터를 계속 축적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유럽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글로벌 플랫폼이 많은 정보를 취득하게 돼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 청소년들이 유해콘텐츠에 노출되고 미국식 사고방식이나 소비패턴을 갖게 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 관점에서도 유럽 플랫폼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글로벌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자사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소개하는 등 불공정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2017년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은 24억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유럽의 여러 소규모 쇼핑비교 사이트들보다 구글 쇼핑서비스를 우선적으로 표시했다. EU는 구글의 이런 행위가 유럽 내 온라인플랫폼 출현 및 성장을 저해한다고 보고 규제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글로벌 플랫폼은 유럽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다. 유럽에서는 노동자, 기업간 갈등에 대해 표준고용계약 등과 같은 장치를 통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하지만 글로벌 플랫폼은 노동문제를 미국식으로 접근해 보통 비정규 고용관계를 맺고 상황에 따라 쉽게 해고한다. 글로벌 플랫폼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노동자들의 업무를 모니터링하고 사업변화의 위험을 거의 개별 근로자에게 전가한다. 게다가 플랫폼은 한곳에 모여 작업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간 단체 의사소통이 어려워 노동조합을 조직화하기도 어렵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플랫폼 규제가 논의되면서 유럽에서 추진 중인 플랫폼 규제정책을 많이 참조한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유럽의 플랫폼 규제정책은 글로벌 플랫폼이 유럽에 미치는 경제·사회적 영향을 조절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내 대표 플랫폼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와 스타트업들이 시장과 혁신을 주도한다. 플랫폼에 대해 섣부른 규제를 실행하기 전에 국내와 글로벌 플랫폼이 미치는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플랫폼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국가적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앱마켓, 동영상 유통 및 검색은 글로벌 플랫폼이 대부분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유럽처럼 글로벌 플랫폼들이 모든 시장을 장악하는 시나리오 등에 대비한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유럽은 부킹닷컴과 같은 유럽 플랫폼에 대해 당분간 규제없이 성장하도록 육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플랫폼의 경제·사회적 효과를 고려해 우리나라 소비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방탄소년단(BTS) 같은 스타 플랫폼을 육성하는 정책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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