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령자의 디지털 금융소외를 개선하려면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2022.02.23 04:35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설 명절이 지나고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그 자리의 30대 중후반 직원들 대부분이 미혼이었고, 명절에 일가가 모여도 아기가 없거나 어린아이가 한두 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이들 여럿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조부모 앞에서 나란히 세배하는 모습은 이제 옛일이라고 하니 씁쓸해졌다.

저출산과 기대수명 증가는 고령사회 진입을 재촉하고 있다. 전남, 강원 등 일부 지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상회하여 해당 지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고령화 진행율이 높은 지역의 금융감독원 지원 방문시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소외에 대해 많은 논의를 진행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여 해당 지역에서는 디지털 금융소외 이슈가 더욱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디지털 금융소외란 금융 업무가 급속하게 디지털화되면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결국 돈과 밀접한 필수 금융거래 마저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다. 금융 앱의 복잡한 메뉴에 당황하여 자녀에게 사용법을 물었다가 귀찮아하는 반응에 사용을 포기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디지털 금융소외의 단적인 예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말까지 은행 점포 및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각각 9%(615개) 및 11%(4,030대) 줄어들었다. 은행 점포와 ATM 감소는, 대면창구를 주로 이용하고 인터넷뱅킹보다는 ATM에 익숙한 고령층에게 큰 불편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금융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에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소외 완화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고령층이 인터넷뱅킹 사용을 주저하는 이유는 절차의 복잡성, 안전장치 불신 및 실수로 인한 금전손실 우려 등이라고 하니, 이를 해결하려면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이해 제고를 위한 교육과 환경 조성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령층은 스마트폰 사용 등 디지털 지식을 노인복지관이나 종교모임 등에서 비슷한 연령대로부터 배운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약 400개의 노인복지관을 활용하여 '디지털 금융교육' 실용강좌를 개설하고 퇴직한 선생님이나 금융전문가가 교육을 담당한다면 교육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금융회사는 고령자가 안전하고 쉬운 모바일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공동으로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앱 가이드라인'을 신설하고, 고령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모드를 탑재한 금융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이러한 움직임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어 고령층의 금융소외(Financial Exclusion) 현상이 포용적 금융(Financial Inclusion)으로 하루 빨리 전환되길 기대한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Leave no one behind.)" UN이 추구하는 지속가능 발전목표의 슬로건처럼, 우리 사회의 어느 계층도 금융에서 소외되지 않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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