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시내를 떠들며 활보하는 귀여운 로봇의 정체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2.03.02 02:03
김인권 칼럼니스트

지난달 일본 도쿄 주오구 지역에서 한 달 동안 이색적인 배달서비스가 진행돼 큰 화제를 모았다.

5000여가구가 운집한 타워맨션촌인 이 지역에 인도와 횡단보도를 누비며 눈을 깜박대고 윙크도 하며 심지어 뭐라고 중얼거리기도 하는 빨간 우체통 크기의 이색 미니로봇이 생긴 것이다.

이 특별하고 귀여운 로봇의 임무는 다름 아닌 택배.

지난 2월1일부터 한 달간 석유유통 전문회사 에네오스홀딩스(ENEOS), 로봇제작 운영사 ZMP, 택배플랫폼사 에니카리 이 3개사가 공동으로 도쿄 주오구의 쓰쿠다, 쓰키시마, 가쓰도키 지역에서 자동배달로봇을 사용해 배달시연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데모실험에서는 ZMP가 제공하는 두 대의 자동배달로봇 '델리로'(DeliRo)가 사용됐다. 쓰쿠다, 쓰키시마, 가쓰도키 지역(반경 약 1㎞)에 위치한 2개 주유소에 각각 1대씩 로봇을 배치했고 이 부근 사이제리야, 다이에이, 모스버거 등 27개 점포와 택배운영 계약을 하면서 서비스가 개시됐다.

지역주민 고객이 전용 앱을 통해 음식이나 상품을 주문하면 전담로봇이 주문받은 상점을 찾아가고 상점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인증한 후 택배박스를 열어 제품을 넣으면 바로 출발한다. 출발한 '델리로'가 자동으로 길을 찾아가며 주문자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면 주문자가 내려와 스마트폰으로 인증하고 제품을 집어들면 완료되는 구조다. 배달수수료는 330엔(약 3500원)이고 기본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였으나 2월18일 하루 동안은 심야배송 테스트도 무사히 완료했다.

이번에 활용된 택배로봇 '델리로'는 커뮤니케이션형, 자율주행형, 원격감시체계라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커뮤니케이션적 측면에서 보면 이 로봇에는 움직이는 '눈'이 장착돼 AI기술을 통해 상황에 맞게 표정이 변하거나 음성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진행방향에 보행자가 있고 진행하지 않는 경우는 "길을 내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음성이 흐르고 눈이 울상이 된다. 반대로 길을 양보받은 경우 눈이 하트형이 되면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등 길거리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해가며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두 번째 자율주행 부분은 레이저를 활용해 장애물을 피할 뿐 아니라 카메라로 색 식별이 가능해 예를 들면 횡단보도 등에서는 신호의 색을 식별하고 자동으로 멈추거나 출발하거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 포인트는 원격감시다. 이번에는 실험이라 1대의 로봇에 1명의 원격감시자가 붙어 있었으나 앞으로는 1명이 여러 대의 로봇을 원격감시하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로봇제작 운영사 ZMP가 이 혁신 택배로봇을 제공하고 에니카리의 주문 및 택배플랫폼은 택배시스템에 사용되며 ENEOS는 델리로의 소유권, 보완, 운영 및 주문 및 택배플랫폼 운영을 담당하며 이 실험이 시작됐고 상용서비스는 빠르면 연내 또는 내년에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이 3개사 중 가장 오래됐고 구태의연할 것 같던 주유소의 변신하는 최근 모습이 눈부시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ENEOS의 경우 앞으로 일본 내 약 1만3000개 주유소를 로봇의 충전 및 작동기지로 사용할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은 물론 택배드론과 전기자전거의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일본 내에서 6400여개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데미쓰고산이라는 회사는 디지털 전문기업 스마트스캔과 협력해 뇌 MRI 촬영장치를 적재한 트레일러를 주유소에 배치해 예방의료를 제공하는 일본 내 첫 '모바일 스마트 뇌 MRI 서비스'를 개시하며 관심을 끌었다.

기름냄새 나는 이미지의 수만 개 주유소가 전 국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뉴플랫폼으로 변신 중이다.

얼마전 기사를 보니 일본의 로봇이 전세계 공장의 절반을 장악했고 그 중심에 있는 키엔스라는 회사 창업자가 일본 내 최고부자 1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귀여운 표정으로 떠들며 돌아다니는 '깡통로봇'을 우습게 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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