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돌아왔다" 어디로? [광화문]

김주동 국제부장
2022.08.25 03:2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여름 휴가 중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을 한 뒤 조 맨친 상원의원에게 펜을 건네고 있다. /AFPBBNews=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초 취임한 뒤 이 말을 여러 차례 내세웠다.

"America is back."(미국이 돌아왔다)

이는 자국민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게 아니었다. 세계의 리더로서 복귀하겠다는 뜻을 다른 나라에 알린 것이다. 앞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신의 정치는 다르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작년 2월 4일(이하 현지시간) 외교를 담당하는 자국 국무부를 찾아가 한 연설에서도 이런 의지가 잘 드러난다.

그는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열거하고는 "우리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면서 "동맹을 복구하겠다"고 외쳤다. 동맹이 미국 최고의 자산이라고 했고, 트럼프 정부가 무시해서 약해졌던 민주 동맹의 '근육'을 외교를 통해 재건시켜 다른 나라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잃은 신뢰와 도덕적 권위를 되찾겠다고도 했다.

'미국을 위대하게'를 내세운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 세력에 균열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한 것이 대표적인 행보지만, 트럼프 전 정부는 우호 관계에 있던 국가들을 상대로도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특정 상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붙였다. 한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에 방위비를 더 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여러 국제기구에서 탈퇴했고 이란핵합의를 깼다.

코로나19 사태 등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지금 세계의 각자도생 분위기가 형성되는 데 당시 미국은 큰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 정부는 잃어버린 미국의 신뢰를 충분히 되찾고 있을까.

최근 미국에서 발효된 법은 이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지난 16일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을 했다. 법을 만드는 마지막 절차다. '핫'한 주제인 인플레이션을 이름으로 내걸었지만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법은 아니다. 여기엔 물가 상승 '주범'인 석유의 소비를 줄이자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친환경 자동차 지원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 부분이 동맹들로부터 비판을 받는다.

이 법은 전기차 제품이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북미 지역에서 생산돼야 하고 △그 안의 배터리도 북미 지역에서 조립될 것을 요구한다. 기술유출 등 우려 대상으로 생각하는 중국의 제품을 배제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지만, 자국 생산 요구는 바이든표 '미국 우선주의'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EU(유럽연합)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법이 다른 나라 상품을 차별해 WTO(세계무역기구) 규정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고 있기도 하다. 양측은 차별적 조항을 뺄 것을 요구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며칠 뒤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전기차를 국내에서만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첨단 기술의 자국 확보에 집중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웨이퍼를 손에 들며 반도체 기업들의 자국 투자를 유도했고, 지난해 말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 등 업체에 반도체 공급망 관련한 자료를 달라고 하기도 했다. 과도한 면이 있지만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등 보조를 맞췄다.

23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내 지지율이 6월 초 이후 처음으로 40%를 넘은 걸 보면 바이든표 '미국을 위대하게'인 인플레 감축법은 내부적으로 효과를 낸 듯 싶다.

그렇다면 미국은 정말 돌아온 것일까. 앞선 연설문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다시 이끌겠다면서 "그저 힘의 본보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 하겠다"고 했다.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외교와 협력으로 일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어디로 돌아오는 것인가. 논란이 될 영역에서 이전 정부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면 이는 신뢰의 회복에 걸림돌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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