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총수입은 169조원 증가한 반면 총지출이 216조원 늘어나면서 국가채무가 340조원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184조원, 이명박 정부 144조원, 노무현 정부 165조원 등 과거 정부와 비교해 보면 2배에 달한다. 이로 인해 그간 국제신인도 평가에서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할 정도로 강점으로 작용하던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은 이제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스럽게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정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총수입이 올해 2차 추경보다 17조원 증가하는데도 총 지출을 41조원 줄여 국가채무 증가를 66조원으로 줄인다.
추경을 포함한 총지출 규모가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10년 이후 13년만이다. 함께 발표된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총수입은 연평균 6%대를 유지하되 총지출은 경상성장률 수준인 4%대 초반으로 점차 하향조정해 관리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대 중반, 국가채무비율도 50%대 중반 이내로 유지할 계획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경기둔화 등의 복합위기를 돌파하고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경제의 최후 보루'인 국가재정의 안전판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로의 전환의 근간에는 지난 정부가 2010년 발표했던 '한국형 재정 준칙'에 대해 제기됐던 비판을 수용해 단순하면서도 구속력있게 재설계해 적용시킨 재정혁신이 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를 한도로 두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면 적자한도를 2%로 축소하도록 설계했다.
위기대응 등 재정의 역할이 담보될 수 있도록 예외사유 등 보완장치를 마련하되, 예외사유 소멸 후에는 건전화대책 수립을 의무화시켰다. 이런 재정준칙을 적용해 재정적자를 올해 2차 추경의 GDP 대비 5.1%에서 2.6%로 줄인 것이다. 정부의 중기 재정계획이 그대로 실현되기만 하면 건전재정이라는 우리 경제의 강점이 부활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국가재정이 정상화되기 시작한데 불과하고 지속가능한 재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이를 중심으로 재정관리 체계를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것이다.
우선 행정부의 재정 건전화 정책기조가 국회의 예산안 심의?확정 과정에서도 유지돼야 한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설계된 재정준칙을 반영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제기구가 권고하고 주요 선진국에서 운용 중인 '재정위원회'와 같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재정 기구를 설치해 재정준칙이 잘 준수되는지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정준칙 준수를 위해 동원가능한 정책수단들을 망라하고 발동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단년도 총수입과 총지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 이외에 관리 범위를 넓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사회보험, 공기업 등의 재정과 연계한 의사결정체계가 필요하다. 또 '단년도-중기계획-장기전망'이라는 정책시계별로 재정위험을 관리하는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