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 양구군과 충북 보은군을 다녀온 경험을 지인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지방지차딘체로 취재를 위해 고속버스를 타고 찾은 곳이다. 특히 도착과 함께 마주한 터미널 분위기에 모두 공감을 나타냈다. 지방 소도시에 갈 때마다 수십년간 관리되지 않은 시설과 지저분한 화장실이 주는 불쾌감을 겪은 경험 때문이다. 한 지인은 오래 전에 다녀왔는데 터미널이 아직도 그 수준이냐고 되묻기도 하고, 더 심각한 곳들도 많다는 얘기가 오갔다.
외부인에겐 첫 인상일 수밖에 없는 터미널이 왜 이렇게 방치됐을까 궁금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들로부터 대부분의 시골 터미널이 개인 사유지인 경우가 많다는 설명을 들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지만 손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최근 시외버스 터미널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283개의 시외버스터미널의 2020년 이용객 수는 8683만명으로 전년 1억5268만명 대비 43%나 줄었다. KTX 등이 생기면서 시외버스 터미널 이용객은 감소세를 보여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치명타를 입고 사업장 규모를 줄이거나 대도시에선 성남종합버스터미널 같이 문을 닫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다보니 터미널 소유주들은 다른 용도로 터미널을 개발하려고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지역 내 터미널은 앞으로도 필요하고, 올해부턴 더 중요해진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생활인구' 개념이 처음 도입됐기 때문이다. '생활인구'는 통근이나 통학, 관광·업무 등의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을 뜻한다. 거주자가 아니라도 이같은 목적으로 체류하면 이런 생활인구에 포함된다. 이들은 통상적으로 터미널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을 방문할 수밖에 없다.
생활인구 도입 목적이 결국 소멸해가는 지역에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한 것이라면 적어도 인구감소지역에서 외부와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인 터미널을 이대로 놔둬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현재 지방 소도시의 터미널은 외부인의 재방문 의사를 꺾고 단절시키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인구감소지역의 터미널을 되살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