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익을 사회적 재분배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초과이익 분배' 주장이 기업의 혁신 역량을 약화시키고 사회적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산업통상부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변동성이 크고 투자실패 위험성이 큰 반도체 산업 특성상 초과이익은 미래 수익을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같은 우려를 표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내몰린 우리 기업들이 불필요한 논쟁으로 자칫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기업의 성과는 사회 인프라가 뒷받침된 결과여서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게 현실이다.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특별목적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하지만 기업 이익 분배와 정부의 재정 운용은 서로 다른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은 이미 기본급과 성과급을 통해 근로자와 성과를 나누고 있으며, 정부와도 법인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부담금을 통해 이익을 공유한다. 실제로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등으로 법인세 수입이 크게 늘면서 정부는 올해와 내년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각각 50조원, 100조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주의 경우 세후 이익을 배당으로 가져가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위험을 떠안는다. 근로자나 정부가 이익에 추가 분배를 요구할수록 주주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줄어든다. 투자 유인을 떨어뜨려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을 높이고, 기업가 정신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
기업 이익은 당장 사회 구성원들이 나눠가질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성장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토론회에서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에는 기업의 이익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호황기에 확보한 이익을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에 활용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 전략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큰 영업이익을 올린다고 해도 사이클 산업의 특성상 언제든 불황을 맞을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AI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투자 규모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는 기업과 주주의 기본 권한이다. 정부는 기업 실적 개선으로 늘어난 세수를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하면 된다. 정부는 초과이익을 직접 분배하려 들기보다 그 성과가 투자와 일자리, 세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초과이익은 기업에 맡기고, 추가 세수는 정부가 책임져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질서를 지키는 길이다.
독자들의 P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