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실제로 독일 공장 4곳을 폐쇄하고, 글로벌 직원 65만7000명의 약 15%에 달하는 10만명을 감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생존 게임에 직면한 건 완성차업체는 폭스바겐만이 아니다. 지난해 아우디는 2029년까지 7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독일 자동차 공장을 방산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통 원인으로 '중국'이 꼽힌다. 독일 자동차업계가 전동화 전환을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 정부는 전기차 업체 육성에 역량을 집중했다. 치열한 내부 경쟁 끝에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기업만 살아남았다. 중국 업체들이 내수 점유율을 늘려갈수록 독일 업체들의 대중국 수출은 줄어 들었다. 이어 중국 업체들이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유럽 시장은 핵심 타깃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15%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434,000원 ▲9,500 +2.24%)·기아(145,000원 ▲5,400 +3.87%)가 신속히 전동화 전환 흐름에 올라탔지만 위기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품질에 있어서는 여전히 중국 대비 한국산 자동차가 우수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평가다. 중국 내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 공세에 맞서려면 안정적인 내수를 기반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발판'이 돼야 할 국내 판매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테슬라의 주요 모델이 한국에서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중국 브랜드 BYD마저 지난달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 4000대를 넘어섰다. 또다른 중국 브랜드 지커의 '7X'는 국내 사전 예약을 실시한 지 약 한달만에 1000대가 팔려 나갔다. 새 브랜드의 추가 진출도 예상된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해 국산 자동차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략산업 제품의 국내 생산·판매 실적에 연동해 법인세를 공제하는 제도로 시행 시 가격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하되 전기차를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전기차 포함 시 감면 세수가 지나치게 많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들어 국세 수입 여건이 크게 개선됐고,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점을 고려할 때 전기차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게 업계의 목소리다. 이달말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정부가 K전기차의 도약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