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하게 음식 메뉴가 적힌 형형색색의 전단지가 아파트 단지 곳곳에 붙어 있다. 음식을 나르던 배달원들 중 일부는 경쟁업체의 전단지가 보이는 족족 수거해 쓰레기통에 버린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배포하다 남은 물량을 통째로 화장실에 버리는 아르바이트생도 있다. 분기마다 일을 그만두겠다는 배달원 때문에 음식점 사장님은 골치가 아프다. 전속 배달원을 두지 못한 커피숍 사장님은 배달주문으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올리는 옆집 중국요리점을 보며 속이 쓰리다.
배달앱이 대중화되기 전의 흔한 모습이다. 2011년 배달의민족을 효시로 출현한 배달앱은 식문화 전반을 바꿔놨다. 음식점의 인건비와 광고비 집행 방식이 바뀌고 그동안 배달산업에 발을 담그지 못했던 수많은 식음료가 소비자의 문 앞으로 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중국집, 피자, 치킨만이 배달됐지만 이제는 배달되지 않는 음식을 찾기 힘들다.
플랫폼의 효용은 여기서 발생한다. 소비자와 외식업자의 거래와 소통을 촉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만든다.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전 의장은 처음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종이 전단지를 수거했다. 이후 배달을 중개하며 데이터를 모으고 IT(정보통신) 기술을 적용해 배달 서비스 고도화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인프라 구축과 유지에는 돈이 든다.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을 이용해 수익이 늘어난 사용자 집단에 수익의 일부를 받아 이를 충당한다.
최근 외식업 단체들은 배달앱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너무 많다며 아우성을 쳤고 정부가 개입한 끝에 수수료율은 인하됐다. 외형은 '상생협의체'였지만 상생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정부가 수수료율을 법으로 강제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아 사실상 정부 주도의 시장 개입이 됐다. 이마저도 외식업자들은 인하 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시위에 나섰다.
박진 KDI정책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정부의 가격 개입은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배달앱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건 결국 배달시간이 늘어나고 검증되지 않은 '무(無)근본' 배달업체를 걸러낼 장치가 약화한다는 의미다. 배달앱의 수익을 정부가 제한하면서 이들에게 과거와 같은 서비스를 똑같이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1차 피해자는 소비자다. 배달앱에 내던 수수료를 낮춘다고 외식업자들이 음식값을 내리진 않는다. 경제학에서는 가격 상한제가 수요를 증가시키지만 배달앱 수수료를 낮춘다고 배달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 배달서비스 수요는 그대로인데 질만 감소하면 결국 늘어나는 건 편의점 도시락 같은 공산품이나 식자재를 사다 직접 해 먹는 집밥 수요다. 당장 수수료율을 줄였다며 환호하는 외식업자들이 2차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많은 외식업자는 배달앱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하면서도, 정작 배달앱 없이는 장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신없는 주문 전화와 전단지, 가게 앞에 빼곡하게 주차된 오토바이와 철가방의 시대로 돌아가길 원하는 업자들은 없을 것이다. 배달앱이 영원히 그 자리에서 한결같은 모습일 것이라는 착각은 결국 배달앱뿐만 아니라 외식업자까지 공멸하는 길로 이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