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사람 건강을 쥐락펴락하는 미생물

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2024.11.22 02:05
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사람의 몸은 많게는 200여 개의 조직(組織·tissue)이 얽히고설켜 여러 가지 기관(器官·organ)을 만들었다. 그중에서 살갗(피부·skin)이라는 기관은 여러 자극을 느낄뿐더러 수분 증발, 병원균의 침투를 막는다. 대략 2㎡ 넓이가 되는 사람 표면 살갗에는 1,000여 종의 세균(bacteria)이 우글거리고 부글거리며, 그것을 모두 헤아리면 1조 마리나 될 것이란다.

또 내장에 사는 세균과 곰팡이·원생동물 따위 등 미생물을 모두 합치면 사람 몸 세포(약 100조 개로 추산함)의 10배는 너끈히 넘을 것이라고 본다. 또 하나의 생명체(세포)로 보기 어려워서, '입자'(particle)라 부르는 바이러스(virus)는 몸 안팎에 380조 개가 사는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이것들은 모두 사람과 함께 사는 '공생미생물'이다. 우리의 살갗 스스로 카텔리시딘(cathelicidin)을 분비하여 해로운 피부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데, 끈질긴 아토피(atopy)라는 피부병도 바로 이 카텔리시딘이 제대로 합성되지 않아 생긴다고 한다. 카텔리시딘은 포유류의 면역 체계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항균 물질의 하나로, 미생물에 대한 직접적인 항균 작용을 수행하고,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세균 따위의 미생물들은 사람의 피부에만 지천으로 있어 기승을 부리는 게 아니다. 치아(이빨이란 말은 사람 아닌, 동물에 쓰이는 용어임)나 입안, 소장, 대장 등 구석구석에서 엄청나게 득실거리고 있다. 당신의 몸은 거지반 세균이 묻어있거나 채우고 있으며, 그 수는 600 여종이나 되며, 침 1㎖에 1,000여 마리가 들었다고 한다.

입안에는 잇몸병이나 충치의 원인 세균인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무리들이 포도당을 발효시켜 젖산 등의 여러 유기산을 만들어 치아(齒牙)를 녹여 구멍을 낸다. 위(胃)에는 위산(염산)이 침이나 음식에 묻어 들어간 미생물들은 거의 다 죽는다. 그러나 위벽을 파고 들어가 멀쩡하게 사는 놈이 있으니 말썽꾸러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lylori) 세균이다.

그런가 하면 사람 소장액 1㎖에 10만 마리 세균들이 살고 있고, 초식동물들처럼 일부 분해되지 않는 탄수화물을 세균들이 분해하여 소장이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 안에는 가위 천문학적인, 500 여종의 세균이 수두룩이 살고 있는데(그중 99%는 30~40종이 차지함), 건강 상태나 나이 정도, 먹은 음식에 따라서 종과 양이 달라진다. 걸쭉한 대장 액 1㎖에 10억 마리 이상의 대장균이 산다니 누가 뭐래도 대장은 세균의 별천지다. 거기에 서식하는 대장 세균(대표적인 것은 Escherichia coli임)을 무게로 환산하면 약 1.5kg이 되고, 대변의 60%(건조중량)가 바로 대장 세균(gut flora)이라 한다. 아뿔싸, 변(똥)이 온전히 세균 덩어리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장내 미생물(gut microbiome)은 덜 분해된 영양분을 발효시키면서 얻은 에너지로 살아가면서 숙주인 사람에게는 면역성을 높여주고, 창자 상피의 세포분열을 촉진하며, 해로운 세균을 조절(억제)하고, 비타민 H, K와 같은 것을 만들고, 지방을 저장하는 호르몬을 합성해주면서 공생한다. 결코 '꼽사리' 끼어 사는 천대 받을 생물들이 아니다. 99%는 혐기성세균이며, 우리가 마시는 요구르트에 들어있는 젖산균(유산균)들은 대장의 미생물 중에 유난히 이로운 것을 순수분리하여 대량 배양한 것이다.

그런데 세균끼리도 언제나 다툼이 있다. 그 유익한 세균에 힘을 실어주느라 요구르트나 김치, 고추장을 먹어서 젖산균을 보충해준다. 하여, 대장 속의 유익한 세균들이 기세등등 평화를 유지하면 건강한 것이다. 그래서 항생제를 잔뜩 쓰고 나면 대장 세균들이 죽어서 설사를 한다. 우리 몸 안팎은 미생물 천국이렷다! 은근히 건강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당연히 미생물들이요, 세상은 속절없이 미생물들의 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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