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비상계엄과 외신의 한국문화 오해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4.12.10 02:05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영국 일간 가디언이 한류현상으로 한국의 이미지가 좋았다는 점을 들면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영국 언론은 곧잘 한국의 대중문화와 다른 현실을 지적했기에 이 보도도 낯설지는 않다. 이런 지적의 내용을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 언론이 한국을 오해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이제 이런 외신의 보도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우선 가디언의 보도내용을 정리하고 왜 이런 보도태도가 문제인지 살펴봐야 한다. 가디언은 "잘 알지 못하던 나라를 문화적 거물로 성장시켰는데 유토피아의 반대를 뜻하는 현실판 디스토피아가 끼어들었다"고 했다.

이는 한국이 유토피아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 셈이다. "K팝의 긍정적 분위기에 익숙했던 전 세계 관중은 그동안 몰랐던 한국의 다른 면을 목격했다"고 한 점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민주화 이후 한국이 일궈낸 눈부신 경제와 문화적 성장에도 한국 사회 곳곳엔 권위주의 문화가 남아 있다"고 하면서 "이번 일로 군사독재를 경험하지 않은 국내외 젊은 세대가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K팝을 포함해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와 주목은 철저히 한국의 현실에 바탕을 뒀기에 가능했다.

K콘텐츠는 한국을 환상적으로 그려내는 이른바 유토피아 이미지로 전 세계 젊은이를 홀리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등의 노래는 젊은 세대의 고통과 방황, 갈등을 담아 전 세계 젊은이의 공감을 얻어내며 무기력에서 벗어나 그들이 자존감을 지키게 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극심한 양극화에 따른 서민의 어려움과 천박한 시장논리에 희생되는 사회·경제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구조의 파국적 결말은 영화 '기생충'을 통해 앞서 보였다. 한국이 제작한 생존게임 포맷 예능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K콘텐츠의 장점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공론화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K콘텐츠는 판타지에 기반하지 않고 철저히 현실을 반영하는 리얼리즘에 기반한 것이다. 예컨대 살벌한 무한경쟁과 사회·경제 양극화, 학교폭력, 권위주의와 폭력성 등은 세계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드라마 '더 글로리'나 '지금 우리 학교는' 등에서 다룬 학교폭력 소재가 대한민국 학교에 대한 오해를 낳는다며 한국인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전 세계적이며 교육시스템이 모범적이라는 북구 여러 나라에도 존재한다.

이렇게 사회문제를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그 기본 토대로 문화민주주의가 확립됐기 때문이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젊은 세대의 관심이 커지고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많은 시위현장 참여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도 구태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평소 인식했기에 바로 반응이 나온 것이다. 즉, 한국의 젊은이들은 현실을 누구보다 온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인식이 아예 없었다면 반응도 없을 수밖에 없다.

일부 외신은 한국이 겉과 속이 다른 나라라는 점을 부각하려고 한다. 한국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는 K콘텐츠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깨면서 좋은 세상을 갈구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러한 K콘텐츠의 특징을 숙지하고 외신의 보도태도에 휘둘리지 않으며 사회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 K팝은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인간애를 통해 문제해결을 강조한다는 점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 2024년 비상계엄 사태에 임하는 한국인의 마음도 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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