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사자와 여우' 이솝우화가 새삼 떠오른다. 이 이야기는 늙은 사자가 병든 척하며 동물들이 병문안 하도록 가짜 정보를 퍼뜨리면서 시작된다. 많은 동물이 가짜 정보에 속아 사자 굴 안으로 병문안 가면서 이들이 잡아먹히는 이야기이다. 많은 동물이 사자의 꾐에 빠져 사라졌지만, 여우는 굴 안으로 들어가는 발자국만 있고 나오는 발자국이 없음을 간파하여 사자의 술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우의 현명한 판단으로 다른 동물들이 생명을 구하는 우화는 급격한 변화와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요한 교훈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어떤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현명한 여우처럼 어떤 현상의 배경과 근거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교훈을 알려준다.
현재 우리는 정보의 과잉 시대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그대로 모두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가짜 뉴스나 왜곡된 정보가 퍼지면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현명한 여우처럼 발자국의 방향을 확인하고, 현상 뒤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 해결 능력을 넘어, 사회 전반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국민의 필수 교양일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양극화된 사고와 잘못된 판단으로 문제가 악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최근 정치적 대립은 정책적 논의보다 감정적인 비난과 진영 논리에 치우쳐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문제나 저출산 문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협력과 종합적인 분석 그리고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문제를 단순히 특정 집단의 정치적 이해 문제로 몰아가는 경향이 강할 때가 있다. 이는 사회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하고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함께 해결해야 할 국가적 의제가 정치 쟁점화 대상이 되는 순간 문제는 더욱 악화하기 마련이다. 이때 국민은 현명한 이솝우화의 현명한 여우가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와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첨예한 사회적 갈등은 시민 개개인의 삶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모두 혼란한 사회적 상황 목전에서 한발 물러서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누구의 편에서가 아니라 관조하는 모습으로. 그리고 여러 가지 쏟아지는 각종 정보가 사태를 악화하고 갈등을 유발하고 대립을 가져오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나타나고 있는 각종 사회적 상황 이면에 있는 참된 모습을 보면서 그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냉철한 판단력은 단순히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아마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회와 경제를 직관하고 관조할 수 있는 능력과 자세일 것이다. 스웨덴은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시민들이 복잡한 사회 문제를 더 현명하게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Initiative)"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스웨덴 청소년들은 뉴스를 비판적으로 소비하고 미디어의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일찍이 훈련받는다. 그리고 스웨덴 공영 방송사 UR(Swedish Educational Broadcasting Company)은 교육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이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구별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때 학생들은 특정 미디어 기사가 제공하는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거나 기사에 숨겨진 의도를 분석하는 법을 배운다. 거짓 정보에 휩쓸리어 사자 굴에 들어가는 어리석은 동물의 우를 범하지 않는 현명한 시민의 모습을 갖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