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평가로 완성하는 안전관리계획

함승희 서울시립대 방재공학과 주임교수
2024.12.12 05:40
(용인=뉴스1) 김영운 기자 =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2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화훼단지 일대 비닐하우스들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관계자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2024.11.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용인=뉴스1) 김영운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과 경기 남부 지역에 117년 만에 11월 기준 역대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갑작스런 폭설로 골프장의 철제 구조물이 무너지고 아파트 주차장이 붕괴하는 등 큰 사고도 잇따랐다. 도로 곳곳이 막혀 교통이 마비됐고,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학교들은 휴교를 결정하는 등 추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조치에 나섰다.

이처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극단적인 날씨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런 극한의 날씨가 앞으로 '새로운 일상(New Norm)'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최근 초고층 건물이나 지하 깊은 곳의 인프라,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새로운 기술로 인한 예상치 못한 위험도 커지고 있다. 그만큼 제대로 된 대비책이 마련돼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난과 안전관리를 위해 5년에 한 번 '국가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한다. 이 계획은 재난 안전 분야의 가장 중요한 계획으로 중앙 부처 28곳이 참여해 재난안전환경 변화를 분석하고, 전문가 자문과 지자체의 현장의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올해 6월 28일에는 앞으로 5년간의 정책 방향을 담은 '제5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5~2029년)'이 확정됐다. 이 계획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복합 재난에 대한 예방과 신속한 대응을 위한 내용을 포함한다.

제5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은 크게 세 가지 기본 방향을 잡았다. 첫 번째는 과학적 예측을 통한 잠재위험 대비역량 강화이다. 두 번째는 현장에서 작동하는 국가안전관리체 확립, 마지막으로 일상생활 속 안전 환경 조성하기다. 이를 위해 △새로운 위험에 대비하는 재난안전관리 △디지털 기반의 재난안전관리 △현장에서 신속하게 작동하는 재난안전관리 △회복력을 강화하는 재난안전관리 △국민과 함께하는 재난안전관리 등 다섯 가지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재난의 양상이 달라지고,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이 늘어나면서 기존 계획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계획 자체를 평가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만든 계획이 실제로 잘 실행됐는지,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정부의 계획들은 목표를 세우기만 하고, 그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평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계획 자체를 평가하게 되면 자원이 낭비되지 않았는지, 계획이 지역의 특수성을 잘 반영했는지 등을 점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문제점은 보완하고, 더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재난이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런 평가와 점검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계획을 한 번 세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수정과 개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연한 안전관리가 가능해지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와도 더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설처럼 기록적인 눈이 내리는 극한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적인 예측과 체계적인 평가를 통해 안전 계획을 계속 보완한다면 기존보다 유연한 재난안전관리는 물론 모든 국민이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방재공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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