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니·프랑스 청소년 SNS 금지
일찍 계정 만들수록 학습능력 떨어져
미국 29개 주정부 메타 대상 손배소송
최근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는 소셜 미디어(SNS)에 재밌는 글을 남겼다. 중학교때 SNS 사용을 시작하면 고등학교에서 시험점수가 낮아진다는 내용이다. 애덤 그랜트가 "아이들이 SNS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 이 글에는 3만3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전 세계에서 청소년의 SNS 이용금지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작년 말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이용자의 SNS 이용을 금지한 것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프랑스 등이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도 청소년의 SNS 이용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청소년기 SNS 사용이 미치는 부작용 때문이다.
그랜트가 인용한 내용은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 마르코 구이 교수팀의 연구결과다. 연구팀은 이탈리아 북부 고등학생 5227명을 대상으로 SNS를 처음 사용한 시점과 학업성취도의 관계를 분석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6학년(중1)때 처음 SNS 계정을 만든 학생은 9학년(고1) 이후에 계정을 만든 학생들보다 이탈리아어는 0.22표준편차, 수학은 0.18표준편차만큼 뒤떨어진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0.2표준편차는 약 6개월치 학습량에 해당한다. SNS를 일찍 시작할수록 학업성취도가 떨어졌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커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기 전이나 일어난 직후,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빈번하게 확인하는 학생일수록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봤다. '스마트폰 침투도'(pervasiveness)가 주의력 분산 및 인지 과부하로 연결돼 이탈리아어·수학 성적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미국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많다. 지난 3월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은 SNS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일수록 읽기·어휘 능력이 저하되고 집중력도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청소년기 연구'(Journal of Research on Adolesc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청소년들이 자주 SNS를 사용하면 뇌가 SNS에 적응하고 SNS에 맞춰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런 연구가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인스타그램 등 SNS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SNS업체 메타에게 소송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달 초 메타는 뉴멕시코주에서 소송에 패소해 5억6700만달러를 배상하고 청소년을 위한 보호조치를 강화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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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미국 29개주 법무장관이 메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공판이 열렸다. 법원은 메타가 주 소비자보호법과 연방 아동온라인개인정보보호법(COPPA)를 위반했는지 중점 심리할 예정이다. 6~8주간 진행될 재판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나서서 공방을 벌인다. 캘리포니아주의 판결은 뉴멕시코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영향력을 미친다. 메타의 본사도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다.
미국에서는 이번 소송이 소셜미디어 업계에게 1990년대 '담배 소송'에 버금가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담배업계는 담배의 위해성을 인정하고 수십억 달러의 배상금을 물어주면서 성장 동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미국 29개 주 정부는 무한스크롤, 자동재생, 뷰티 필터 등 중독을 부추기는 기능과 이용시간 극대화 알고리즘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메타의 사업모델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마르코 구이 교수는 플랫폼에 내재된 사용유도기제를 규제하고 청소년이 인지적으로 충분히 성숙할 때까지 SNS 사용을 늦추는 정책이 유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세계 각국의 SNS 규제가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거쳐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