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의 2025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고 투자, 수출, 외환 등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고령화, 취약한 내수, 중국과의 경쟁격화라는 3대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테크산업 육성과 함께 대기업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스타트업 붐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우리가 혁신적인 스타트업 붐을 조성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애스모글루 교수는 그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의 흥망성쇠는 지리적 요인이나 문화적 차이가 아닌 포용적인 정치·경제제도 유무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포용적 제도는 광범위한 사회 구성원의 재산권 보호와 경제활동 참여를 보장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반면 소수 엘리트 계층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착취적 제도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실패를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저서 '권력과 진보'에선 기술발전이 사회 전체의 공유된 번영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기술의 발전방향은 사회의 권력관계와 제도적 선택에 따라 결정되므로 기술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도록 노동조합 강화, 정부-기업-시민사회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민주적 의사결정체계 구축 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남북한의 경제발전은 서로 다른 제도의 선택이 극명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억압적 제도의 전형적인 사례'로 소수 엘리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체제가 경제 전반을 왜곡시켰다. 반면 남한은 자원부족과 불리한 지리적 여건에서도 포용적 경제제도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경제발전의 기회를 제공했고 이는 전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경제강국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이는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저하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저출산 현상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학령인구 감소, 병력자원 감소, 지방소멸 등 다양한 사회문제와 연결된다. 한국 경제는 수출 주도 성장에 크게 의존했으나 투자침체 장기화와 소비침체 지속 등이 내수경제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자체 생산능력 향상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이 둔화됐다. 특히 가공무역, 중간재, 전자·화학제품 분야에서 경쟁이 격화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된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비롯한 하이테크산업 육성과 더불어 혁신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스타트업에 충분히 호의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기술발전이 특정 대기업에 이익을 집중시키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개선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실험과 도전에 포용적인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혁신적 스타트업들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기존 데이터에 접근하는데 겪는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벤처캐피탈 설립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업간 인수·합병으로 회수시장을 활성화하며 벤처투자 제도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R&D 및 원천기술 기반의 창업에 뛰어난 인재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실패에 관용적인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애스모글루 교수가 강조한 바와 같이 하이테크산업 육성과 혁신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이 필수며 이를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확대, 데이터 접근성 개선, 벤처투자 활성화, 그리고 실패에 관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통해 기술발전의 혜택이 소수 대기업에 집중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공유될 수 있도록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협력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