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중국 상하이로 출장 갔을 때 일이다. 와이탄 야경을 즐기러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집 앞에, 인도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전동 킥보드들 때문이었다. 공유형 킥보드인 듯한데 어떻게 타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당시 한국은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만 운용했다. 대여도, 반납도 지정된 장소만 가능했다. 그러니 길 곳곳에 방치된 비싼 전동 킥보드를 훔쳐가진 않을지,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의문은 5년 후인 2021년 국내에서 공유 킥보드가 대중화한 후에야 풀렸다.
한국이 한 계단 오를 때 한 층씩 뛰어오르는 중국굴기가 테크업계의 큰 이슈다. '딥시크'로 글로벌 AI(인공지능)업계를 놀래키더니 이제는 반도체까지 뛰어넘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반도체분야 기술의 기초역량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진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앞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7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에서도 2군국가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군국가엔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만 포함됐고 한국은 6위에 그쳤다.
게임산업도 마찬가지다. 'K게임이 키웠다'던 중국 텐센트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2대주주가 됐다. 크래프톤, 넷마블, 시프트업, 웹젠 등 1대주주와 지분 차이도 크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적대적 인수·합병도 가능하다. 한국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발역량도 갖췄다. 텐센트 출신들이 만든 액션RPG(역할수행게임) '검은 신화:오공'은 스팀 기준 지난해 글로벌 매출 10위에 올랐다.
중국에 뒤처진다는 뉴스가 'IT(정보기술) 강국' 수식어에 자부심을 느껴온 국민은 물론 정치권에도 충격을 준 듯하다. 최근 탄핵국면에서 극우집회에 난데없는 중국 혐오가 등장한 것이나 부랴부랴 네이버(NAVER)를 찾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들의 모습에서 위기감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언제 이렇게 발전했을까. 다양한 배경이 있겠지만 근본에 벤처정신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중국 부호들은 대학을 세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청년들은 학교에서 벤처를 창업해 도전하고 실패하며 성장한다.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 '창쿼'(創客·Maker)도 있다. 대학에서 탄생한 벤처기업은 다시 투자회사와 중국을 부유하게 한다. 칭화대, 베이징대 등은 자체 설립한 기업들로 그룹을 꾸렸을 정도다. 중국 정부도 신산업에 관대하다. 일단 지켜보다 체제를 위협하거나 심각한 사회혼란을 야기할 때만 나선다.
네이버 본사를 방문한 과방위 위원들에게 "규제보단 지원을" 부탁한 최수연 대표의 발언이 간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다행히 위기감을 느낀 정치권도 규제보단 지원으로 노선을 튼 듯하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시장의 자유를 보장하고 지원해 모험산업에 도전하는 벤처생태계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가 삼성 사내벤처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