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엔 그 기업다운 문화가 존재한다. 그 문화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CEO의 의지와 성향이다. 삼성엔 삼성다운 문화, 현대엔 현대다운 문화, 애플엔 애플다운 문화가 존재한다. 조직의 문화는 성능이 좋은 신형 아이폰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지국 역할을 해준다. CEO의 사업철학과 가치관이 반영된 조직문화는 회사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그래서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바로 조직문화를 만들어내고 모든 조직이 같은 방향을 보고 가도록 만드는 일이다. 여기엔 CEO의 고독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연 우리의 조직문화는 무엇인가. 무엇이 나와 우리 조직을 춤추게 할 것인가. 지치지 않고 롱런하며 성공을 향해 모두가 내달리도록 해줄 조직의 가치는 무엇인가. CEO는 누구와의 상의도 없이 고독한 진실의 방에서 이 고민을 거듭해 결론을 내야 한다.
"그건 다 같이 만드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다. 기업문화는 CEO가 결정한다. 기업이 성장, 성공하는 요소에는 마케팅, 사람관리, 제품생산, 서비스 등 여럿이 있지만 그중 CEO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CEO는 자신이 이 회사를 창립한 이유와 목적에 부합하는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규정해야 한다. 그것이 좋고 나쁘고는 사실 두 번째 문제다. 흔들리지 않고 지켜나갈 조직의 문화, 모든 사람이 하나의 방향성으로 움직이게 할 조직의 문화는 온전히 CEO의 몫이다. CEO는 조직문화를 통해 조직원들의 뛰어난 성능을 십분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고철 덩어리로 남게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작은 기업일수록 CEO는 조직문화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결정된 조직문화는 매우 선명하게 그 기업의 색깔을 지녀야 한다. 유명한 일화가 있지 않은가. 현대 정주영 회장에게 "삼성이 IT·반도체사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라고 보고하니 "그럼 우리도 하자!"고 대번에 답했다는 것이다. 직원이 "좀 더 세밀하게 상황을 파악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자 정주영 회장이 "삼성이 한다고 하면 이미 검증은 다 된 것 아니겠나. 단단한 돌다리도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삼성이 한다는데 뭘 더 알아봐야 하겠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삼성' 하면 분석적이고 디테일한 힘을 지닌 회사가 떠오른다. 그것이 그 조직의 문화고 CEO의 방향이다.
지난해 한 매체가 세계적 경영컨설턴트 마르틴 린드스트롬이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를 분석한 기사를 보도했다. 그는 현재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그리고 해운기업 머스크 등을 컨설팅한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조직문화엔 '공포와 압박'이 뿌리 깊이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고장 난 조직의 특징을 다음 6가지로 이야기했다.
첫째 너무 복잡한 직급, 둘째 너무 많은 규칙과 관행, 셋째 마라톤회의와 파워포인트, 넷째 복잡한 업무평가방식, 다섯째, 표리부동한 상사, 여섯째 다양성을 잃은 조직 등 이렇게 지적했다
CEO는 자신이 세운 조직문화가 기업의 성공에 부합하는지 점검하면서 잘 잡아나가야 한다.
조직문화를 세우고 그 내용을 검증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융합이다. 필자가 기업 컨설팅을 하면서 성장하지 못하고 계속 난항을 겪는 기업의 문제점을 분석하다 보면 공통점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모든 조직원이 조직문화를 향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직 구성원이란 같은 생각, 같은 가치기준, 같은 비전을 갖고 가야 한다. 나는 이것을 '한 방향 정렬'이라고 부르며 잘되는 기업은 모든 조직원이 하나로 융화돼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실행해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CEO가 혼자만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가지고 앞으로만 나아간다면 그 조직의 앞날이 그리 평탄하지 못할 것이라는 건 필자의 많은 경험에 따르면 자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