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남산과 설악 '비정상의 정상화'

오상헌 기자
2025.02.28 05:45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남산 곤돌라 캐빈 조성안/자료=서울시

국내에 첫 여객 케이블카가 등장한 건 1960년대의 일이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이듬해 서울 남산 케이블카가 첫 운행을 시작했다. 군사 정부의 국가 주도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년)이 시작된 그 해다. 2·3호 관광 케이블카 역시 박정희 정부 때 개통했다. 1966년 부산 금강공원의 금정산 케이블카, 1971년에는 강원도 설악산 국립공원 내에 설악 케이블카가 만들어졌다.

대표 명산에 시차를 두고 케이블카가 들어선 셈인데 소유·경영 구조의 유사성이 참으로 공교롭다. 국공유지의 공공성 짙은 사업인데도 영업권을 공공이 아닌 민간기업들이 가져갔다.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은 당시 굴지의 대기업이었던 대한제분 사장을 지낸 고(故)한석진 씨가 1958년 설립한 회사로 두 가문이 공동 경영하는 가족기업이다. 군사 정부가 들어선 지 불과 3개월 만인 1961년 8월 교통부로부터 케이블카를 의미하는 '삭도'(索道) 영업권을 받았다.

한씨 일가에 대해선 알려진 게 많지 않고 운영권을 얻게 된 경위도 명확치 않다. 창업자가 유력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군사 정부에 기여했거나 정부 주도 경제개발 정책에 협력한 대가로 사업권을 불하받았을 가능성을 추론할 뿐이다. 곤돌라 전환 현대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부산 금강공원 케이블카도 첫 운행 때부터 한 민간기업이 50년 가까이 독점 운영했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설악 케이블카 운영사인 동효(옛 설악관광)는 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고 한병기 전 주캐나다 대사 일가가 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남산 케이블카처럼 55년째 한씨 일가가 사업권을 독점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대한 독점 이익이 반세기 넘도록 대대손손 소유 일가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남산·설악 케이블카는 소유·경영의 대물림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동강 주인을 자처해 강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의 현대판 버전이란 비판이 계속되는 배경이다. 더 큰 문제는 일몰 규정을 두지 않은 '입법 불비'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요원하다는 것이다. 두 케이블카 모두 소유 일가의 영업권이 사실상 영구적이다. 근거법인 궤도운송법에는 사업 종료 시한이 규정돼 있지 않다. 법을 바꾸거나 특별법을 만들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소급 적용'이 어렵다고 한다.

공공자산 독점의 구조적 불합리를 시정할 방법은 하나다. 조속히 경쟁 체제를 도입해 남산·설악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남산 공공 곤돌라'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한국삭도공업은 그러나 곤돌라 설치를 중단하라는 가처분을 내고 적법성을 다투는 본안 소송까지 제기했다. 곤돌라가 남산 생태계를 해치고 인근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라고 한다. 한 여론조사에서 서울시민 80% 이상은 '공공 곤돌라' 도입에 찬성했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법원이 원고 측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곤돌라 설치가 중단됐다. 현재 진행 중인 가처분 항고와 본안인 행정소송에선 상식과 공정, 정의가 바로 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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