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 고유가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진에어가 오는 4월부터 비상 경영에 들어간다. 대한항공과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진에어까지 가세하면서 대한항공 계열 5개 항공사가 모두 비용 절감과 수익성 방어에 나서게 됐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박병률 진에어 대표이사는 이날 임직원 공지를 통해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폭등으로 경영 목표 달성과 사업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며 "4월부로 전사적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수익성 극대화와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업무 절차와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위기를 내실을 더 단단히 다져나가는 기회로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전 임직원의 적극적인 동참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했다.
이로써 대한항공 계열 항공사들은 사실상 모두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가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지난 25일부터 비상 경영을 시행 중이다. 대한항공도 이날 오전 우기홍 부회장 명의 공지를 통해 4월부터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불필요한 지출 재점검과 운영비 절감 방안을 담은 비상 경영 방침을 발표했다.
대한항공 계열 외 항공사도 비상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16일 국적 항공사 가운데 가장 먼저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공식적으로 비상 경영을 선언한 국적 항공사는 모두 6곳으로 늘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파라타항공·에어로케이·에어제타 등 나머지 항공사들도 공식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내부적으로는 비용 절감 등 대응책을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과 함께 국제선 운항 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유류비 부담이 큰 국제선 노선을 줄여 손실 확대를 막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4~5월 인천~프놈펜·창춘·하얼빈·옌지 등 4개 국제선 노선에서 왕복 기준 총 14편 운항을 취소한다고 이날 공지했다. 에어서울도 전날 4월 인천~괌 노선 감편 계획을 밝혔다.
다른 항공사들의 감편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4~6월 청주~이바라키·나리타·클락·울란바토르 등 4개 노선 일부 항공편을 줄이기로 했다. 에어부산은 4월 부산~다낭·세부·괌 노선 일부 편수를 조정한다. 에어프레미아는 4~5월 인천~호놀룰루·로스앤젤레스(LA), 5월 인천~워싱턴·방콕 노선 일부 항공편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진에어 역시 4월 인천~괌·클락·나트랑과 부산~세부 등 4개 노선 일부 항공편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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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유가가 항공사 비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항공유는 통상 항공사 전체 비용 가운데 약 30%를 차지한다.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티켓값 인상이나 노선 조정만으로는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 결국 항공사는 비용 절감과 노선 효율화로 버틸 수밖에 없다.
이번 고유가 사태의 직접적인 배경은 중동 전쟁 여파다. 지난달 28일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중동산 원유의 핵심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 항공유 가격은 가파르게 뛰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글로벌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97달러다. 전쟁 이전인 지난달 넷째 주 99달러보다 98%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