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부·항공업계·국민이 함께 만드는 항공안전

박종흠 한국항공협회 회장직무대행
2025.05.20 05:46
한국항공협회 회장직무대행 박종흠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항공안전 국가였다. 2008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공안전평가 세계 1위를 달성했고, 2013년 샌프란시스코 사고 이후 11년간 무사망 사고를 유지하는 등 줄곧 최고 수준의 항공안전을 확보해 왔다. 많은 국가들이 항공안전을 배우러 오는 국가로서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면서 운송규모 또한 국제여객 기준 세계 7위의 경쟁력도 확보했다.

그러나 안타깝게 발생한 지난 12·29 사고 이후 각계 각층의 근본적인 항공안전 체질개선 요구가 제기됐고 안전만큼은 항공이 최고라는 국민 신뢰에도 금이 가는 등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신속하면서도 확실하게 수습하기 위해 항공안전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계 전문가부터 현장 종사자까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지난 4월 30일에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항공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국민이 신뢰하고 안심하며 항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담겨져 있다.

정부와 소속·산하기관 간 역할과 책임을 재편하는 방안은 국가항공안전 역량을 높인다는 거대 담론의 틀 안에서 치밀하게 준비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관제사와 감독관 등 항공안전 인력의 충원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마련은 그 어느 대책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

현장에서 역할과 책임도 중요하다. 특히 안전보고에 대한 조직문화 활성화부터 보고자의 정보보호까지 실효성을 담보할 여러 대책은 환영할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율보고 건수는 연간 수백 건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경우 연간 10만 건 이상의 자율보고가 이루어진다. 이는 항공업계 전반에 공정한 항공안전문화(Just Culture)가 정착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번 대책에는 자율보고가 활발한 기관과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보고내용을 유출하는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하는 등 현장이 원하는 대책이 반영됐다. 이는 성숙한 항공안전 문화를 이루는 건강한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항공협회는 국민들이 항공안전 등 정책개선에 대한 제언을 더욱 가까이에서 편리하게 전달 할 수 있도록 정책제안센터를 신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국민이 항공안전 파수꾼으로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가 된다.

지난 사고로 희생자와 유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도 항공안전이라는 믿음에 상처를 입었다. 금번 대책이 이를 완전히 치유할 수 없겠지만 촘촘히 마련된 대책이니 만큼 또 다른 상처를 예방하는 신호등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항공안전 신호등의 설계는 끝났다. 이 신호등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설계자인 정부뿐만 아니라 직접 운영하고 참여하는 항공업계와 국민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항공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회복한다면 우리나라가 항공안전을 기반으로 초일류 항공강국으로 우뚝 설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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