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탐승'(不得貪勝). 당나라 시대 바둑의 고수 왕적신이 남긴 '위기십결'의 첫 번째 교훈이다. '승리를 지나치게 탐하면 이길 수 없다'는 뜻으로, 전체 판을 조망하며 겸손하고 신중하게 두라는 조언이다. 눈앞의 작은 이득에 집착하면 큰 그림을 놓치고 결국 더 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부득탐승'은 15세에 스승 조훈현 9단을 꺾고 세계 바둑 최강자 자리에 오른 이창호 9단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하다. 바둑 계산의 신이란 뜻의 '산신(算神)'이란 칭호를 받은 그는 대부분의 대국에서 두텁고 침착하게 수를 두며 정확한 끝내기로 승리를 따냈다.
이 9단은 눈앞의 대마에 집착하지 않다고 한다. 눈앞의 작은 이득을 취하려다 전체 판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철저한 계산과 형세판단으로 종국의 승리를 추구한다. 반집으로 이기나 불계로 이기나 이기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이렇듯 상대를 이기기 위한 치열한 수읽기와 유연한 양보, 때로는 돌을 버리고 손해를 감수하는 결단으로 이 9단은 전설적인 업적을 남겼다.
#정치는 바둑과 같다고 한다. 버릴 줄 아는 용기,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 무엇보다 승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승자독식의 한국 정치 구조 속에서 정당과 후보들은 승리에 모든 것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뿐이다.
정치에서 선거는 시작이자 끝, 즉 '알파'이자 '오메가'다. 선거는 상대를 꺾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의를 잃거나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다면 승리하더라도 그 의미는 퇴색한다. 네거티브 캠페인, 과장된 공약, 그리고 분열을 조장하는 언사는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더할 뿐이다. 대권 주자들이 냉철함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덜 못난 후보'를 고르는 차악의 선택으로 보기도 한다. 이럴 때 유권자들 역시 단기적인 승리나 감정적 선택에 휘둘리지 않고 더 큰 가치를 위한 신중한 판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2025년 6월3일. 우리는 다시 한 번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파면 선고로 급작스럽게 치러지게 된 이번 대선은 단순한 권력의 교체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이번 대선이 단순한 '권력 다툼'으로 끝나선 안 된다. 대한민국은 분열과 갈등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비전을 필요로 한다. 협력과 타협은 약점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전략일 수 있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승리만을 탐하지 말고 대의를 위해 협력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집중해야 한다.
유권자 역시 후보들의 공약과 비전이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미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들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자신의 선택이 단순한 승패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바둑판 위의 한 수 한 수가 판세를 바꾸듯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그리는 '신의 한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