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페루 원주민 혈통의 배우의 얼굴을 무단 도용해 영화 '아바타' 속 캐릭터 '네이티리'를 제작했다는 의혹으로 소송에 휘말렸다.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NBC,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배우 코리안카 킬처는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법원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월트 디즈니 컴퍼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킬처는 페루 원주민 출신 배우이자 활동가로 영화 '뉴 월드'(2005)에서 포카혼타스 역을 맡은 바 있다.
소장에 따르면 카메론 감독은 2005년 당시 14세였던 킬처가 '뉴 월드'에 출연한 사진을 보고 그의 얼굴에서 특징적인 부분을 추출해 네이티리 캐릭터 제작 기반으로 사용할 것을 디자인팀에 지시했다.
킬처의 얼굴은 영화 제작 스케치에 복제됐고, 3D 모형으로 제작된 뒤 레이저 스캔을 통해 고해상도 디지털 모델로 변환된 끝에 캐릭터로 완성됐다.
킬처 측 변호인은 "카메론 감독이 한 일은 착취"라며 "14세 원주민 소녀의 고유한 얼굴 생체 정보를 가져와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그 과정에서 킬처의 허락은 단 한 번도 구하지 않았다. 이는 영화 제작이 아니라 절도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카메론 감독과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손해배상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금, 킬처의 초상권 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 금지명령과 시정적 공시를 요구했다.

킬처는 2010년 한 행사에서 카메론 감독을 만난 뒤 얼굴이 사용된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킬처를 자신의 사무실로 초대했던 카메론 감독은 그에게 자신이 그린 스케치 액자와 직접 쓴 손편지를 남겼고, 이를 직원이 전달했다.
손편지에는 "당신의 아름다움은 네이티리 캐릭터를 구상하는 데 초기 영감을 줬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와 함께 "당신이 다른 영화 촬영 중이라 아쉬웠다. 다음 번에 함께 하자"는 내용도 있었다.
킬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아바타'의 메시지에 공감했고, 나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며 "내 얼굴이 동의 없이 체계적으로 디자인 과정과 제작 과정에 사용됐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는 선을 넘은 행위이자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킬처는 카메론 감독에게 스케치를 전달받았을 때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나 사회운동에 관련된 것이라고만 생각했고, 지난해 말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한 카메론 감독의 방송 인터뷰 영상을 본 뒤에야 자신의 얼굴이 제작에 활용된 것을 알게 됐다.
당시 인터뷰에서 카메론 감독은 네이티리의 스케치에 대해 "이 스케치의 실제 출처는 LA 타임스에 실린 코리안카 킬처라는 젊은 여배우의 사진이다. 이건 사실 그녀의 하관이다. 아주 흥미로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바타'는 역대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프랜차이즈 영화 시리즈 중 하나다. '아바타' 1편은 2009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29억2371만 달러(한화 약 4조28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으며 '아바타: 물의 길'(2022)과 '아바타: 불과 재'도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