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폭염, 일상이 된 재난… 모두 함께 대비해야 이겨낼 수 있다"

오병권 행정안전부 자연재난실장
2025.06.25 05:25
오병권 행안부 자연재난실장/사진제공=행안부

본격적인 여름의 문턱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중 폭염도 이슈의 중심이 된 지 오래다. 폭염은 우리 주변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지만, 정작 폭염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선 "한여름 무더운 시기에는 백성들의 노동을 금해야 한다. 땡볕 아래서 일하게 하면 병들거나 죽는 자가 많으니, 이는 관리가 백성을 해치는 일이다"고 폭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1818년)를 저술한 지 200년이 지난 2018년부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난의 하나로 규정해 대응하고 있다.

폭염은 소리 없이 조용히 다가온다. 어떠한 경고음이나 굉음, 충격적인 영상도 없다. 그저 조용히 몸속의 수분을 빼앗고 어느 순간 중추신경에 이상을 일으켜 심한 경우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한다. 한번 시작되면 광범위한 지역에 동시 발생하며 열대야를 동반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장기간 계속된다.

더 이상 폭염은 기후변화로 인해 가끔 일어나는 이상 현상이 아니다. 매년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상시화된 재난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3000명 넘게 발생했고 그중 30여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정부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더 이상 폭염은 '기후변화의 부작용' 정도가 아닌 예방·대비·대응·복구 전 과정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폭염에 대한 선제적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폭염대책기간을 지난해보다 5일 앞당겨 지난달 15일부터 선제적으로 운영 중이다. 관련부처와 지자체는 위기경보 단계별로 비상근무 등 상황관리 체계를 상시 가동해 폭염재난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총력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이용 편의성과 접근성 개선을 위해 종전 무더위쉼터를 시설의 종류와 주 이용계층, 운영시간 등에 따라 4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생활밀착시설을 추가 지정하는 등 전국에 7만여 곳으로 확대했다. 올해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내륙지역과 과거 온열질환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은 지역전문가와 함께 컨설팅단을 구성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

고위험 기저질환자 안부 확인과 농업인에 대한 예찰 활동, 근로자 대상 보건 조치 및 야외 체육행사 등 안전관리 의무화 등을 통해 폭염 민감 계층에 대한 맞춤형 안전관리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나서서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한낮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고 시원한 장소를 찾아 충분한 휴식과 수분을 섭취하는 등 스스로 본인을 보호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와 홀로노인, 어린이, 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는 폭염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더위가 지속될 땐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집안에서 쉴 수 있도록 안부 전화를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부와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 개개인의 폭염 대비 습관과 대처, 폭염 피해에 취약한 사업장과 취약계층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더해져야만 비로소 폭염 피해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기업, 지역사회, 일반 국민 모두가 자기 역할을 자각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아울러 본인 스스로 폭염을 극복하는 자세, 뜨거워지는 지구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민·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 여름철에는 한 사람의 인명피해도 없이 슬기롭게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폭염 대비 안전수칙과 행동요령을 숙지해 안전하고 즐거운 여름을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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