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는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AI(인공지능) 에이전트'가 핵심 화두였다. 전문가들은 AI가 보조적 수단인 'AI 어시스턴트'를 넘어 여러 작업을 자율적으로 연계하고 완수하는 존재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첫 번째 성과는 제조분야에서 나올 전망인데 공장이 스스로 일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얘기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일하는 'AI 에이전트'가 불량품을 자동으로 골라내고 생산일정을 조정하는 등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되는 'AI 작업자'의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제조업 강국이다. 산업용 로봇 밀도 세계 1위(세계로봇연맹)와 제조업 경쟁력지수 4위(유엔 산업혁신기구)에 올랐다. 제조업의 국내총생산 비중은 OECD 평균의 2배에 육박하고 수출비중도 단연 높다. 그런데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자동화 기계는 많지만 그 기계들이 스스로 똑똑하게 일하지는 못한다. 독일 등 주요 제조강국들은 이미 공장 전체를 데이터로 관리하고 기계와 설비, 생산과정이 모두 연결된 '스스로 일하는 공장' 만들기에 속도를 낸다. 공장 안의 모든 구성요소를 디지털로 구현해 문제가 생기기 전에 고장을 예측해 방지할 수도 있고 생기면 자동으로 대체작업이 이뤄진다.
우리 기업들도 AI를 활용해 제조혁신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싱가포르에 연간 3만대의 전기차를 무인으로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를 세웠고 LG는 전자제품과 배터리공장을 거의 무인으로 운영한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가 지원해 만든 3만개의 스마트공장 10곳 중 7곳이 기초수준에 머물러 제조데이터를 제대로 쌓지도, 활용하지도 못한다. AI가 공장 전체를 관리하는 수준은 요원하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스스로 일하는 공장 : AI 자율제조' 보고서에 따르면 추구해야 하는 변화의 핵심은 '연결'과 '공유'로 개방형·수평적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각 회사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공장을 운영했다면 이제는 여러 회사가 함께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표준을 활용해 더 빠르게 혁신을 이룬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이다. 오픈소스를 활용하면 값비싼 외국 솔루션에 의존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공장을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
정부도 AI 자율제조를 확산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12개 업종별로 AI 모델을 개발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데이터와 기술을 축적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특화 솔루션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기반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데이터 표준을 널리 확산해야 한다. 공장운영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여러 회사가 함께 개발하고 공유하는 '협업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업들은 공장 안의 모든 기계와 설비, 그리고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으고 표준화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데이터 연결과 공유의 시작점이 되는 산업인터넷과 '생산 현장의 감각기관'인 사물인터넷의 활용·확산이 필수다.
AI 자율제조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열쇠이자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힘을 모아 함께 쓰고 함께 성장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추는 표준화된 제조데이터 수집·활용이고 상호 호환을 위한 오픈소스 기반의 'AI 에이전트' 개발전략이다. AI 자율제조의 혁신은 단순한 기술변화가 아니라 우리 경제와 산업의 미래가 걸린 핵심동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