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K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K-콘텐츠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해외 기업이 제작했음에도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가 정교하게 녹아 있고, 이야기의 중심이 '한국'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는 이 영화는 K-콘텐츠의 영향력이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K-Food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문화적 흐름이 식품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식품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기술과 문화가 융합된 글로벌 전략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을 먹는 차원을 넘어서,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고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2025년 국제식품기술박람회(IFT)'에 참석했다. IFT는 식품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행사로, 기술 혁신과 소비자 트렌드가 만나는 식품산업의 최전선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올해 박람회에서는 △장내 미생물과 건강의 연계성 △배양육(Cultivated Meat) 기술의 진화 △AI 기반 소비자 인사이트 도출 및 맞춤형 식단 설계 기술 등이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주목할 점은 AI의 활용 범위가 식품 기획과 마케팅을 넘어 기능성 소재 탐색, 개인맞춤형 식이요법, ESG 기반의 생산 공정 혁신까지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에 대한 세계적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건강과 맛,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식품 혁신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식품은 이제 생존의 영역을 넘어 문화와 윤리, 환경까지 포함하는 복합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특히 잘 반영하는 기술 중 하나는 '배양육'이다. 배양육은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세포를 배양해 생산하는 대체육으로, 환경 부담과 윤리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미래형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때 세포가 증식하고 형태를 갖추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스캐폴드(지지체)'다. 이는 마치 구조물을 지탱하는 골조처럼, 세포들이 자라고 조직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구조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K-Food 산업 전략과도 닮아 있다. 단일 제품을 수출하는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식품산업 생태계 전체를 통합적으로 수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지지체 역할을 하며 민간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기술과 문화가 결합된 지속가능한 'NEXT K-Food' 전략을 수립했다. 민간기업, 학계, 정부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K-숙성식품 기술 개발 및 세계시장 진입 △AI·로봇 기반 초자동화 생산기술 보급 △식품이력관리 디지털 플랫폼 확산 △국가 단위 식품순환시스템 구축 등 현 정부 정책에 부합하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시의성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또 한식의 과학적 가치와 식문화 전승을 위한 플랫폼 구축의 일환으로 2014년부터 학술지 'Journal of Ethnic Foods'를 발간하고 있다. 이 저널은 식품과학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고유 음식 및 식문화를 아우르는 연구범위를 다루므로, 국제 저널로 발전시켜 한국 식품문화의 위상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문화적 확장의 통로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K-콘텐츠의 세계화는 영화와 음악을 넘어 식탁 위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식품이라는 일상 속 매개를 통해 한국의 문화, 기술, 철학을 세계에 전달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한국식품연구원은 미래를 선도하는 K-Food 전략으로 대한민국의 식품 강국 도약을 지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