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는 인간의 일을 대체할까'라는 질문은 낡은 지 오래다. 그만큼 AI는 사회와 산업 전반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생성형 AI, 초거대 언어 모델, 자동화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자율화 기술은 세계 경제의 판도를 재편하는 중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는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삼아 치열하게 경쟁한다.
우리 정부 역시 AI와 관련한 세계적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AI를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세계 3대 AI 강국 진입을 목표로 정책을 구상 중이다. AI 수석을 신설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 부총리직을 17년 만에 부활시켰다. 정책의 무게 중심이 AI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자 과학기술, 산업 혁신, 연구 개발 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중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AI의 현실은 다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중소기업 인공지능 활용 의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AI를 활용 중인 중소기업은 5.3%에 불과했다. AI가 일상이 된 지 오래지만 활용하지 않는 중소기업이 95%에 달하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앞으로도 AI 도입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이 16.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대기업의 AI 활용률은 48.8%에 달한다. 대·중소기업 간 AI 격차가 심각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대·중소기업 간 디지털 격차는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의 혁신과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의 디지털 역량 약화는 국가 경쟁력 하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AI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은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중소기업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중소기업의 AI 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AI 도입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재정 여력 한계, 내부 역량 부족, 데이터 인프라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는 기술·인력·재정 지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중소기업이 종합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 체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둘째, 중소기업의 현실과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AI 지원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AI 전환은 GPU나 서버 등의 문제로 환경 정비나 시스템 중심의 스마트 공장 구축과 달리 일대일 구축이 어렵다. 따라서 개별 중소기업 대신 업종별 공통분모를 찾아 공동 AI 활용 모델을 만들어 접근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셋째, 국내 AI 상생 생태계 조성에도 나서야 한다. 대기업, 학계, 연구소 등 주체 간 협력을 촉진해 AI 기술 확산에 역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AI 도입에 기여한 성과를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AI 3대 강국 진입에 우리 중소기업의 AI 역량 강화가 필수인 시대가 됐다. AI가 바꾸는 판에 중소기업이 제대로 올라설 수 있도록 새 정부의 세심한 중소기업 정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