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지난 7월14일부터 21일, 3일간의 특별한 교육을 위해 서울 성수동에 아버지 25명이 모였다. 대한민국 유엔여성기구 지식·파트너십 센터가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와 공동 주최한 '아버지 돌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퇴근하고 피곤한 저녁 시간,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자리를 지킨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좋은 아빠, 좋은 가족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자녀 양육, 감정 표현, 육아 노하우, 워라밸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교육 마지막 날 참가자들은 "육아가 아니라 삶에 대한 교육이었다"며, '아버지 학교'를 통해 "아내, 아이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 사회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저다. 이 위기 속에서 정말 필요한 변화 중 하나는 '남성의 돌봄 참여'다. 육아와 돌봄이 여성에게만 집중된 현실을 넘어, 남성도 적극적으로 아이를 돌보고 가족과 함께 성장하고, 친밀한 유대감을 통해 가족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노동시장 구조, 긴 근로시간, 고정된 성 역할 인식 같은 여러 장벽으로 인해 아버지들의 돌봄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아버지들이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가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정작 어떻게 시작할지, 어디서부터 변화를 만들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유엔여성기구는 세계 도처에서 남성과 아버지의 돌봄 참여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적극적인 아버지의 돌봄 참여는 가족의 행복을 높이고, 자녀의 자존감과 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배우자와의 관계도 개선한다. 또 돌봄에 참여하는 아버지들은 자신의 감정 표현과 스트레스 관리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더 나아가 직장과 사회 생활에서도 자신감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인다.
이런 변화는 단지 개인적 만족에 그치지 않는다. 아버지가 육아에 적극 참여할수록 여성의 경력 단절은 줄고, 부부가 두 번째 자녀를 계획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가정 내 성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가 경험하는 정서적 안정감도 크게 향상된다. 아울러 돌봄친화적인 정책은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기는 차세대 인재 유입과 유지의 열쇠도 될 수 있다.
더 많은 아버지들이 '아버지학교'에 참여해 돌봄의 가치를 경험하고, 그것이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여성이 대부분 감당해 온 육아와 돌봄을 부부가 함께 배우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문화로 바뀔 때, 아버지들도 육아휴직과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한 반차를 당당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직장 문화가 자리잡을 때, 아버지의 돌봄이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될 때, 부모가 되는 삶이 '희생'이 아니라 '가능성'이 될 것이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