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언급하며 건설 면허 취소 등 최고 수위 제재를 검토하라고 지시해 화제다. 최근 몇 년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확대되고, 처벌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산업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 사망자 수는 827명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고재해자 수는 11만5773명으로 2.0% 증가했다. 산업재해가 지속되는 이유는 규정 준수와 관리가 모두 비용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또한 설마 하는 마음에 더해 재해가 발생해도 기업이나 사업주가 입는 손해는 일시적이기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한몫한다.
건설 현장에서 연이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한 건설면허 취소, 영업정지, 공공입찰 제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포함한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제재 수위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공정관리와 안전사고 통제 능력에 대한 신뢰성 저하는 불가피한 만큼 평판위험 상승과 수주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운이 나쁘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여긴 이슈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흔드는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사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들은 기업이 공개하는 ESG 데이터를 통해 잠재적인 리스크 요소를 점검한다. 그리고 ESG 데이터 중 사회 부문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재해율, 사망자 수 등을 포함하는 '안전 및 보건' 항목이다. 그러나 ESG 공시 정보는 지금까지 ESG 투자자를 중심으로만 제한적으로 활용됐다. 공시의무가 없을뿐더러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기업 간 비교가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공개할 것으로 기대했던 상장기업 대상의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이 지난 4월 금융위원회의 재검토 발언 이후 지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통해 ESG 기본법 제정,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ESG 공시 제도적 기반 마련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ESG 공시와 평가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산업재해 사고 내용을 여러 차례 공시해서 투자를 안 하게 해 주가가 폭락하게 하면 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고, 금융위원장이 상장기업 ESG 평가 시 중대 재해 발생 이력을 더 엄격히 반영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그동안 기업이 비재무적 요소라 생각해 등한시하던 것들의 재무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기업에 대해 판단할 때 ESG 평가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안전 및 보건에 대한 인식과 대응 역량은 투자자의 투자의사 결정은 물론 기업 간의 거래 체결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적극적 대응을 유도함과 동시에 투자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ESG 공시의 제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