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편 1순위에 오른다.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경제 공약을 앞세운다. 정권을 잡으면 조직개편으로 공직사회 '군기'를 잡은 뒤 각종 공약을 밀어붙인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잦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재명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거대 공룡 부처'로 불리던 기재부가 18년 만에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내년부터 경제·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국가 재정·예산을 책임지는 '기획예산처'(예산처)로 분리될 예정이다. 이명박정부 이전 모델로 돌아가는 셈이다.
기재부 분리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때부터 '정해진 미래'였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기재부가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상당하다"고 했다.
문제는 이번 경제부처 조직 개편 작업이 지나치게 정치적 논리로만 진행됐다는 점이다.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기재부 항목은 '기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사유만 제시됐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강력한 컨트롤타워 필요성(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소상공인 정책적 지원체계 확립 필요성(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전담차관 신설) △산업재해 예방 및 대응 등 산업안전보건 총괄 조정 기능 강화(산업안전보건본부 차관급 격상) 등의 개편 사유와 비교된다.
단순히 '기재부 힘빼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지역화폐를 두고 기재부와 충돌했던 악연이 배경으로 꼽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까지 했다. 기재부 외청인 이른바 '4청(국세청·통계청·관세청·조달청)' 수장 인사에서 기재부 출신이 단 한명도 중용되지 않은 것은 기재부 분리의 신호탄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기재부 분리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1% 후반대까지 낮아진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단 이 대통령 공약을 현실화시킬 최적의 경제부처 조직 개편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국가 장기 전략을 마련하기보다는 경기 대응과 생활물가 잡기 등 단기 과제에만 몰두했던 기재부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행 정부조직법 제27조 1항은 기재부 장관 업무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을 가장 먼저 규정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과거 경제기획원(EPB)과 같은 일종의 '국가전략기획부' 신설을 주장했던 배경이다. 예산편성권을 쥐고 단기 지표 개선 위주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비전을 만드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단 의미였다.
국가전략기획부에서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진짜 성장'을 위한 장기 거시경제 정책을 마련하고 재원을 배분하면 재경부가 미시 경제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반대로 지금의 개편안은 단순히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 예산처를 신설,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이어서 '예산의 정치화'가 심화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산한 기재부를 재정부·예산처로 분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476억5300만원이다. 500억원에 달하는 혈세가 들어가는 조직개편인 만큼 이번 조직 개편안이 국가적 비용을 늘리고 비효율을 높이는 건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