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아파트 하자 분쟁의 중심에는 8년째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2016 건설감정실무' 기준이 있다. 이 기준은 제정 당시 감정인마다 달랐던 판정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건설 환경이 급변한 지금은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잣대가 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직접 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이제는 건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과감한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준과 현장의 괴리다. 예를 들어, 현행 기준은 외벽 층간균열이 발생하면 균열 폭과 상관없이 콘크리트를 파내는 '충전식 공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2016년 개정 이후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과잉 감정을 초래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비용과 효율성을 고려해 균열 폭에 따라 에폭시를 주입하거나 표면을 처리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감정 기준 역시 0.3mm 이상은 에폭시 주입, 미만은 표면처리로 현실화해 감정가와 실제 보수비의 차이를 없애야 한다.
또 국토부 기준에는 명확한 규정조차 없는 '고소 할증'이 실체 없는 비용을 만들고 있다. 감정 실무에서는 관행적으로 높은 할증률이 적용되지만, 정작 건설사들은 별도 할증 없이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감정을 위한 비용 부풀리기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개선안은 시공성을 고려해 현재 감정 실무 기준의 1/3 수준으로 할증을 대폭 축소하여 현실화돼야 한다.
보수비용 산정 방식 또한 과학적으로 변해야 한다. 마감재 두께가 기준보다 부족할 때, 단순히 부족한 비율만큼만 비용을 감액하면 바탕 처리, 보양 등 공통 비용이 무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공률 % + 100%) / 2]'라는 '솔로몬의 공식'을 적용해 실제 투입 원가에 가까운 합리적 비용을 산정해야 한다. 또 기능상 지장이 없는 경미한 하자는 표준품셈이 아닌 실제 계약 단가인 '도급내역 단가'를 기준으로 산정해 과도한 배상을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자보수비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세대 방화문 보수비 등을 각 세대에 직접 지급하는 대신 입주자대표회의가 '공용항목'으로 관리해 실제 보수에 사용되도록 하고, 공용 구간 하자보수비 사용 내역은 관할 구청에 제출을 의무화해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
법원의 주도로 시작된 이번 개정 작업은 건설감정 실무를 바로 세울 절호의 기회이다. 다수의 하자 소송에서 사실상 재판 기준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최신 시공기술과 건설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아가 국토부 하자판정기준과의 연계를 통해 이원화된 기준의 간극을 해소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기준으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때, 비로소 성숙한 하자 보수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