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KT, AI 시대 존재감 증명할 때

김소연 기자
2026.02.11 04: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어릴 적, 첫 휴대폰을 시작으로 10여년은 KT만 이용했다. 정확히는 PCS 시절 KTF(한국통신프리텔)부터였다. 지금이야 초등학생도 휴대폰이 있지만 그땐 고등학생임에도 한 반에 PCS폰 이용자가 3명뿐이었다. 예전 번호는 016-XXX-7007. '럭키 세븐'이 두 개나 들어간 좋은 번호라며 여러 번 칭찬을 들었다. 그 시절, 내 번호와 통신사는 은근한 자부심이었다.

대한항공, 한국거래소, 대한통운처럼 사명에 '코리아'가 붙어있는 기업들은 민영화가 됐어도 대개 산업 1등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KT는 국가 기간통신망을 구축했던 한국전기통신공사에서 출발했기에 더욱 마음 속 1위 이동통신사였다.

그러나 기술 전환기에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면 산업 주도권은 바뀐다. 통신 시장에서는 '모바일'이 1차 변곡점이었다.

한때 KT의 자회사였던 SK텔레콤이 변화를 가장 잘 따라잡았다.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가 전국에 구축한 망 위에 모바일 네트워크를 깔던 한국이동통신이 1994년 정부 민영화 정책 속 SK그룹에 인수됐고, 현재의 SK텔레콤이 됐다. 그리고 전폭적인 그룹 지원 아래 모바일 분야를 빠르게 선점, 단숨에 시장 1위가 됐다.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반면 KT는 과거의 명성을 뒤로한 채 시장 2위에 머물러 있다. 후발 사업자와의 거리도 좁혀지는 위태로운 처지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에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리더십이다. 하지만 KT는 민영화 이후 24년이 흘렀는데 대표이사 선임 때마다 홍역을 치른다. 사외이사 간 불화, 경영진의 사외이사 감시 등 최근 CEO 교체 상황 속 벌어진 밥그릇 싸움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밥그릇 싸움은 아무리 잘 포장해도 회사의 장기 방향성을 흔드는 악재고, KT는 여전히 '주인 없는 회사'라는 오명에 시달린다. 경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미래 전략은 뒤로 밀리는 것이 수순이다.

가장 큰 문제는 AI라는 새로운 기술 변곡점에서도 KT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경쟁에서 뒤처지면 향후 수십 년간 국가 경쟁력이 밀릴 수 있다는 절박함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AI 전환 속도를 높인다. 한국 역시 'AI G3'를 목표로 총력전을 벌인다. 최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는 그 정점에 있는 이벤트였다.

KT는 독파모에서 1차 고배를 마셨지만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졌다. 정부의 직접적인 호출도 있었지만 KT는 나서지 않았다. 체면, 기술력, 자본 등 많은 핑계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경영 공백을 가장 큰 이유로 본다. 리더십 혼란 속 기업의 백년 먹거리가 뒷전으로 밀렸다.

KT도 잠재력은 충분하다. 전국 단위 네트워크, 방대한 데이터, 탄탄한 고객 기반까지 AI 시대에 강점이 될 자산을 갖췄다. AI가 물리적 세계로 확장될 피지컬 AI 시대, 5G SA(단독모드)는 필수고 통신사에게 AI는 반드시 올라타야 할 열차다.

경영 안정 없이는 장기 투자도, 과감한 전략도 나올 수 없다. KT는 전국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며 한국을 디지털 강국으로 이끌었던 기업이다. KT가 가진 '1등 DNA'를 시장에 보여줄 때다.

김소연 정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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