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BTS 광화문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우보세]BTS 광화문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이민하 기자
2026.03.30 05: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발매 기념 컴백 공연을 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서울=뉴스1)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발매 기념 컴백 공연을 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거대한 구조물이 올라섰다. 도심 교통은 통제됐고, 경찰과 안전요원이 대거 배치됐다. 역사 공간을 왜 이런 무대에 내주느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시민의 광장을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쓰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전세계 중계를 앞두고 서울이 들썩였다. 최근 BTS(방탄소년단)의 광화문 공연 얘기가 아니다. 17년 전인 2009년 12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 때 장면이다.

그해 광화문광장에는 높이 34m, 길이 100m의 스노보드 점프대가 세워졌다. 당시엔 "왜 하필 광화문이냐"는 반발이 컸다. 역사 공간 훼손 우려가 나왔고,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에선 서울시의 과시성 행사, 세금을 낭비하는 '정치적 이벤트'라는 비아냥도 뒤따랐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회는 전세계 170여개국에 중계됐고, 사흘간 26만여명이 찾았다. 첫 시도는 많은 우려와 비판이 따른다. 광화문을 세계가 보는 무대로 시험한 첫 장면도 그랬다. 그 한 번의 장면이 다음 장면을 불렀고, 그다음이 또 다음을 불러냈다.

지난 21일 BTS는 광화문에서 3년여 만의 컴백 공연을 열었다. 하루에 10만명이 몰렸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이를 190개국에 생중계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축적해 온 서울 한복판의 상징적 공간이 가장 현대적이면서 동시대 세계인들이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 같은 변화는 그동안 켜켜이 쌓인 시도와 노력들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과거 광화문은 조선의 정치와 행정이 집중된 상징 공간이었다. 의정부와 삼군부, 사헌부와 육조가 이 일대에 놓였다. 왕권과 관료 체계, 백성의 삶이 교차하던 자리였다. 서울시는 이 장소의 역사성을 다시 전면에 세우는 작업을 이어왔다. 2022년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에는 사헌부 문터가 공개됐고, 2023년에는 일제강점기에 훼철된 월대가 복원됐다. 지난해에는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도 문을 열었다. 과거의 흔적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의 광장 안으로 다시 불러낸 것이다.

광장은 문화와 축제의 장소로도 확장했다. 2023년부터 열린 야외오페라는 2000석이 단 몇 분만에 매진됐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수백만명이 찾는 겨울 행사로 자리 잡았다. 서울라이트 광화문은 광장을 밤의 콘텐츠 공간으로 넓혔다. 역사와 공연, 계절 축제와 관광, 소비가 한 공간에서 겹쳐졌다. 우리 문화유산의 공간이면서 시민이 반복해서 찾고 즐길 수 있는 생활형 문화 공간으로 가까워졌다. 광화문은 가장 한국적인 상징을 품으면서도 대규모 관객을 수용하고,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무대로 엮고, 세계로 송출할 경험을 쌓아온 장소로 변화했다. BTS의 광화문 공연은 그 축적의 시간 위에서 꽃을 피웠다.

도시의 모습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시도는 무모하다는 비판을 받고, 때로는 위험하다는 우려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과감한 시도들이 쌓이며 공간의 쓰임이 바뀌고, 도시의 표정도 달라진다. 이번 BTS 광화문 공연은 그 축적 위에 올라선 장면이다. 서울이 도심 한복판의 역사 공간을 어떻게 세계와 연결해 왔는지 보여주는 결과다. BTS와 광화문의 결합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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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

서울시청 및 부동산 관계기관, 건설사를 출입합니다. 부동산 시장 관련 기사를 취재·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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