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대통령의 집

엄성원 건설부동산부
2026.03.10 04:19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의 집(사저)이 매물로 나왔다는 기사가 지상을 달궜다. 대통령이 사저를 팔지를 놓고 이렇게 논란이 된적이 있었던가. 30년 전의 흐릿한 기억까지 더듬어봐도 한번도 없었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임기가 아직 4년이나 남았다. 시기도 매우 이례적이다. 그간 대통령의 집이 주목받는 건 퇴임이 임박한 임기 말이 대부분이었다.

대통령의 사저는 우리 정치사와 맞닿아 있다. 김영삼과 김대중, 두 전 김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둘은 모두 임기 내내 집을 보유했고 퇴임 후 그 집으로 돌아갔다. 두 김 대통령의 집은 민주화의 현장이었다. 수많은 가택연금과 단식, 민주화 선언과 비밀 회동이 이뤄졌고 재야·민주화 인사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렇게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탄생했다. 직선제 대통령으로 정치 인생의 정점을 찍은 두 김 대통령이 그 집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내내 무주택자로 지낸 유일한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기에 앞서 살고 있던 명륜동 빌라를 처분했다. 선거 때 진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무주택자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후 돌아가 살 곳이 필요했고 퇴임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나고 자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다시 터를 잡았다. 노 전 대통령은 그 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는 뇌물과 비리, 국정농단의 기억으로 얼룩졌다. 두 대통령은 임기 내내 강남 한복판에 집을 보유했고 권좌에서 내려온 후 그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비싼 강남 집을 지켜내지는 못했다. 두 대통령은 횡령, 뇌물, 배임 등 각종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며 실형과 함께 수백억원대 벌금과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쌓아놓은 재력이 부족해서였을까? 두 대통령은 벌금과 추징금을 감당하지 못했고 집은 공매에 넘겨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출발부터 남달랐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가 시작된 뒤에도 약 6개월 동안 당선 이전 지내던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머물렀다. 청와대 입성을 거부했지만 대신 거주할 공간을 마련하는 준비성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한남동 관저로 이사했지만 그곳에서 머문 기간은 2년 남짓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대통령 임기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기간이다. 그렇게 남들보다 훨씬 빨리 돌아간 아크로비스타 사저는 지금 텅 비어 있다. 부부 모두가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처지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취임 이전 살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고 밝혔다. 비거주 1주택자 역시 대출·세금 혜택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직후였다.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와의 퇴거 조율까지 이미 마친 상태였다고 하니 집을 팔겠다는 결심은 이보다 한참 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집이 팔리면 이 대통령은 무주택자가 된다. 노 전 대통령 이후 20여 년 만에 무주택자 대통령이 다시 탄생하는 셈이다. 무주택자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건 가용 가능한 정책의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이 비거주 1주택자를 향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하자 보수 야당은 이 대통령이 먼저 솔선수범하라고 비꼬았다. 지금 청와대에 살고 있으니 거주하지 않는 분당 집부터 먼저 팔고 그런 말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얼마 뒤 이 대통령은 실제 분당 집을 부동산에 내놨다. 마치 야권을 향해 보라는 듯이 말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다주택자에서 시작된 규제 타깃은 등록 임대사업자를 거쳐 비거주 1주택자까지 범위를 넓혔다. 양도세 중과 유예 중단에서 시작된 부동산 세제 개편도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넘어 이제 보유세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사저를 부동산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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