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약가 개편 진통, 체질개선 청사진이 '약'

박미주 기자
2026.03.11 05:33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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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_약가제도-개편안에-따른-산업계-영향-추정치_16/그래픽=최헌정

"노조는 약가 제도 개편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12년 약가가 한 번에 깎였는데 이후 많은 인원들이 구조조정됐습니다. 이번에도 약가가 인하되면 영업사원부터 시작해 생산직 등 인력이 축소될 것입니다. 생계에 위협이 되는 수준입니다. 정부가 기존 발표대로 밀고 간다면 파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장훈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산업노동조합연맹 의약·화장품분과 의장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절박했다. 그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공장에서 생산직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지역 경제도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의 약가 인하 추진에 제약업계가 비상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고 신약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14년 만에 약품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앞서 지난 2012년 정부는 모든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14% 내렸는데, 이후 조정이 없었던 복제약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 현재 제네릭 약품 가격은 원조약(오리지널)의 53.55% 수준인데, 오는 7월부터 3년에 걸쳐 40%까지 끌어내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약가 인하 개선방안을 발표했는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제도 시행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제약업계는 업계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진 약가 인하 방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약가 인하 수준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 사측도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약가 인하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사가 한목소리다. 다만 사측은 오리지널 대비 10% 인하해 48.2%까지는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마지노선을 50%로 제시했다.

정부가 약가 개편에 나서는데는 이유가 있다. 제네릭이 돈이 되다 보니 한 성분에 100개가 넘는 제네릭이 난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10년 넘게 약가를 제대로 손대지 않아 '약가 거품'이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 제네릭 일부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고 불법 리베이트가 성행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업계는 개편안이 발표대로 시행되면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신약 개발 투자도 위축될 것으로 본다. 국내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이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무는 상황에서 큰 폭의 약가 인하가 이뤄질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벌써 연구개발(R&D) 투자 계획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낮은 의약품 생산을 줄이거나 품목 허가를 반납할 경우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약가 인하 시행 유예 등 업계가 제안한 내용들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업계와 종사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일괄적인 인하보다 단계적인 인하 방안과 절감된 재원으로 신약 개발 투자를 어떻게 지원할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정부가 내놔야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 약가 개편이 'K-제약바이오'의 체질 개선을 돕는 '메스'가 돼야지 업계를 잡는 칼이 돼서는 안된다.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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