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트럼프, 美 리더십 흔들리나[기자수첩]

정혜인 기자
2026.04.30 04:13

[기자수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거짓말쟁이' 피노키오로 풍자한 SNS(소셜미디어) 밈(meme) /사진=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세계 최강국으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의 언어는 세계 질서를 지탱하는 신뢰 자본이다. 여러 동맹들과 결속력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대통령 자신과 백악관에서 나오는 메시지들은 권위보다는 당혹감을, 신뢰보다는 피로감을 안긴 게 사실이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 잦은 정책 번복은 대통령 소통 방식의 차원을 넘어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는 리스크 요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신뢰는 2기 취임 직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가안보, 펜타닐 문제 등을 이유로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가 이를 다시 유예하며 시장에 혼란을 줬다. 콜롬비아에는 불법 이민자 송환 비협조를 이유로 하루 새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렸다가 당일에 이를 보류한다고 밝히는 변덕을 보였다. 미국 무역적자를 이유로 세계 각국에 적용한 상호관세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의 변덕은 안보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평화주의자'로 자처했던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 관련 종전 협상을 주재하며 합의 가능성을 키우다가도 협상 당사국을 번갈아 가며 비판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은 최근 이란과의 전쟁에서 극에 달했다. 그는 이란 전쟁을 두고 극단적인 '냉·온탕' 메시지를 쏟아내며 동맹국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오전에는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됐다"며 협상의 문을 여는 듯하다가도, 불과 몇 시간 뒤 "문명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준비가 됐다"고 말하는 식이다.

이런 행보가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극단적인 위협으로 공포를 조성한 뒤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된 불확실성 전략'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SNS(소셜미디어)와 결합해 통제불능의 상태를 만들기 쉽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에 하루 수십 건의 글이 올라오기도 하고 그때마다 글로벌 증시, 금리, 유가는 널뛰기를 반복한다.

지도자의 언어가 예측 가능성을 잃으면 리더십은 흔들린다. 미국의 리더십 붕괴는 수십 년간 이어진 세계질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한 '평화주의자'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신중한 발언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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