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고가격제 역설..교통량 되레 늘었다

머니투데이
2026.05.08 04:05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노동절 연휴가 시작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나들이 차량들로 길게 늘어서 있다. 2026.05.01. dahora83@newsis.com /사진=배훈식

2주마다 조정되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최고가격이 7일 다시 동결됐다.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2200원, 경유 가격은 2800원 선에 달했을 것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고가격제 시행의 타당성과 추가적인 고유가 대책의 실효성을 두고서는 이견이 크다.

에너지 위기 땐 가격 상승으로 수요가 억제돼야 하는데 최고가격제가 차량 운행 감소 등 자율조정 기능을 차단하고 있다. 당장 노동절과 연결됐던 지난 주말 고속도로 통행량은 5월1일 605만대, 2일 581만대로 전국 도로 상황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일요일과 이어졌던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 교통량이 약 597만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통량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을 두고서도 업계와 정부의 이견이 크다. 1분기 정유4사는 약 5조원 초반대의 영업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돼 과도한 세금 보전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이익 등 일회성 이익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8주간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입은 국내 정유사들의 손해액이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유사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석유류 도입단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성과를 내더라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드는 상황은 반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유가와 같은 대외 변수로 인한 비용 상승을 최고가격제와 정유사가 손실을 떠안는 단기적인 대책으로 감내하긴 어렵다. 최고가격제 시행의 장단점을 따져서 적절한 정상화 방안과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주유소 카드수수료 인하를 고유가 대책으로 내세우는 것도 문제다. 유류세에 카드수수료가 붙지만 이를 깎아주더라도 카드사들의 매출과 이익만 줄고 유가 인하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생계형 운전자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유류세 환원과 바우처 지급 등 '핀셋 지원'이 우선이다. 유류소비를 자발적으로 줄이도록 일률적 지원은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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