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금지원 우려 큰 초과세수 국민배당금

머니투데이
2026.05.13 04:03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3.09.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 세수의 일부를 국민배당금으로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를 12일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실적호조 등으로 초과세수 규모가 최대 7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 최고위급 인사가 사용처를 언급한 것이다.

앞서 약 27조원의 예상 초과세수에 기초해 26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추경안에 따라 유가피해 지원금 지급 절차가 진행되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현금 형태의 지원안이 검토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 노력만의 결과가 아닌 만큼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수가 쓰일 수 있는 분야로는 창업 활성화와 문화 산업 육성 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내 극심한 노사와 노노(반도체-비반도체) 갈등의 원인이 된 성과급 배분 문제와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답을 고심한 흔적도 담겨있다. 하지만 3 ~ 4월 추경 편성안 논의 과정에서 갈등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부분이 또다시 거론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당시 '전쟁 추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받았던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청년 창업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재정법은 세계잉여금의 30% 이상을 국채원리금 상환, 교부금 정산 등 채무 감축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초과 세수의 사용처로 재정 건전화 방안이 우선돼야 하는데 이같은 반론을 '포퓰리즘적 긴축재정'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날 외신의 국민배당금 관련 보도로 증시가 급락하자 김 실장이 추가 해명에 나선 것도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다.

세금은 정부가 국민에게 나눠줘도 상관없는 '시혜적 현금'이 아니다. 경제구조 개혁과 성장동력 발굴에 세금 기반 재정 투입은 필수적이다.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반도체공장 추가 건설 부지 선정이 표류하는 상황을 헤쳐나갈 재원이기도 하다.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AI와 반도체 산업에서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인재 양성, 핵심 인프라 구축에 초과 세수를 최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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