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반도체 볼모 파업위협, '노봉법' 청구서

머니투데이
2026.06.02 04:05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양대노총 타워크레인노조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5.27.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가 총파업 나흘 만에 임금 8% 인상 등에 합의하며 현장에 복귀했다. 이 파업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크레인의 80%가 가동을 중단했다. 노조는 "삼성 공사 현장을 멈출 것"이라며 대놓고 국가 핵심 산업을 겨냥했다. 저가 수주 구조 개선을 관철하기 위해 국가 핵심 인프라를 압박 수단으로 삼은 셈이다.

문제는 이 '파업 성공 공식'이 건설 현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레미콘운송노조는 8일부터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수도권 믹서트럭 전면 운행 중단을 예고했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출하량이 IMF 외환위기 수준 이하로 급감할 만큼 생존 기로에 서 있다. 그럼에도 레미콘 노조는 당초 합의한 물가연동 2%대가 아닌 5~6%대 인상을 요구한다.

이러한 연쇄 파업 뒤에는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자리하고 있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확대되자 하청 노조가 원청을 압박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이 법을 지렛대로 최상단 발주자인 반도체 대기업을 볼모 삼아 공사를 멈춰 세웠다. 나아가 SK하이닉스 물류 하청업체 노조는 본사 직원들의 성과급과 격차가 크다며 원청에 직접 단체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건설 하도급 단계에 있는 타워크레인 노조가 원청과 무관한 반도체 회사에 임금을 지급해 달라거나 독자적 손익구조를 가진 물류업체가 HBM 개발·생산의 핵심 인력과 동일한 성과급을 달라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정부는 반도체 건설 인프라의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검토하고 노란봉투법 시행령을 개정해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과도한 쟁의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건설업 표준시장단가 제도를 전면 개선해 저가 수주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로드맵도 필요하다. 파업만 하면 요구를 들어주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노조 역시 불황 속에 고통받는 산업 생태계를 돌아보고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을 타격하는 과도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노동권 보호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노사 모두 산업 생태계 전체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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